방재전문 민간봉사자 양성 시급…'히든챔피언' 만들자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4.06.04 06:55
글자크기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6-2>이태식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부소장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안전'에 대한 기본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안전'에는 둔감했다. 안전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가치란 인식이 사회 구성원 사이에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일터에선 9만2000명이 재해를 당했다. 이중 2100여명이 사망했다. 희망과 꿈을 일궈야 할 일터에서 매일 250여명이 다치고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연간 18조원이 넘는다. 이 모든 게 '안전'이 비용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인식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물질적인 것들을 뛰어넘어 문화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행복한 가정과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안전'이 복지체계로 정착돼야 한다. 선진 복지문화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만들어진다. 머니투데이는 '안전'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안전이 복지다'란 기획을 마련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부터 우리 생활속 작은 부문까지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이태식 연세대학교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부소장.이태식 연세대학교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부소장.


"정부와 국민이 사회재난을 해결할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태식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부소장은 인명구조율 '0%'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반의 무기력증과 불신을 타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들어 인적·사회적 재난, 자연재해 등이 계속 늘어나는데다 피해규모도 점차 대형화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도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부소장은 "정부만 탓할 게 아니라 민관이 힘을 합쳐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2001년 '9·11테러'(사망 2936명, 부상 6291명) 복구현장에서 큰 역할을 해준 '시민군'(Citizencorps) 활동을 벤치마크할 만하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군은 현재 1억8000여명이 활동한다. 가장 많았을 때는 미국시민의 80%에 해당하는 2억3000여명을 넘기도 했다.



이 부소장은 "시민군은 재해가 발생한 지역마다 시민과 정부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조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도 팽목항에선 수많은 개인·단체 자원봉사자가 땀을 흘리며 고통을 나눴다.

하지만 재난관리·예방, 대비, 대응, 수습복구 등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전문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우리나라 자원봉사단체들은 수습복구 자원봉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습·복구보다 더 좋은 자원봉사는 예방이며 '안전예찰 자원봉사활동'을 평상시에 할 수 있는 제도나 교육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이 부소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그는 평소 시민을 중심으로 한 '현장재난관리관'을 양성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은 'CERT'(Community Emergency Response Team) 리더라는 현장재난관리관을 자원봉사자 교육 이수자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올린 사람을 선정·육성한다. 이들은 평상시 매월 1회 정도 각 지역 공동체 단위로 민관협력회의를 한다.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한다. 관련한 모든 활동비용은 정부가 부담한다. 이 부소장은 "미국은 재난·재해관련 최고 지역 권위자인 현장재난관리관 양성을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한 우리나라 실정은 어떨까. 이 부소장은 "방재안전 관련 대학 학과가 없으니 전문교수도 없고 연구과제도 없다"며 "방재안전분야 기업들은 운영난에 빠지고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1년마다 부서를 옮겨다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중앙·지방 등에 방재안전 전문 공무원 1만명 확보를 위한 관련 학과 신설과 연구과제를 3-3-3제도에 의해 9년간 전문가 중심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재안전분야 기업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의무적으로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구입해 비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대우·보상도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자원봉사 4000시간을 넘기면 대통령 표창과 각종 사회적 혜택이 따른다. 미국 대학 아이비리그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게다가 시민의 자원봉사시간이 데이터베이스로 연계돼 있어 세제혜택과 금융신용도 향상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이 부소장은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명예와 혜택을 주도록 해 자원봉사계의 '히든챔피언'을 만들고 동시에 자원봉사가 자랑스러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