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당하는 '의무'속에 빛나는 의인들

머니투데이 목포(전남)=김훈남 기자 2014.05.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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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한달]학생 구하다 목숨 잃은 사무장 양대홍씨·故박지영씨 등

선장 이준석씨와 세월호의 선박직 선원들이 배를 탈출한 순간에도 승객들을 구하며 선원의 책임을 다한 '진짜 선원'들이 있었다.

세월호의 사무장 양대홍씨는 배가 기울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가 많이 기울었다"며 "통장에 돈이 있으니 그것으로 아이들 등록금하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상항을 묻는 아내에게 양씨는 "지금 (단원고)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양씨는 15일 주검이 돼 돌아왔다.

22살의 나이로 배에 오른 매니저 고 박지영씨는 사고 당시 선장의 퇴선명령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학생들에게 "배에서 나가라"라고 외쳤다. 승객들이 방치되는 와중에도 154명이 살아남은 것은 양씨와 박씨 등 승무직 선원들의 판단 덕분이었다.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양보했다. "언니도 어서 나가야죠"라고 말하는 단원고 학생에게 "너희들 다 구하고"라며 "선원이 마지막이야"라고 말했다.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살리려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올해 결혼을 약속한 아르바이트생 김기웅씨와 매니저 정현선씨는 사고당시 거의 탈출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아직 선실에 있다는 소식에 다시 뛰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매니저 강모씨도 승객을 대피시키다 구명조끼도 못 입은 채 바다에 빠졌으나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배의 운항을 책임져야할 선장과 선박직 선원이 버린 선원의 의무를 말단 승무직 선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지킨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박지영씨와 김기웅씨, 정현선씨를 의사자로 지정했다.

사고해역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민간 잠수사들은 매일같이 바다 속에 몸을 던졌다. 하루 평균 120여명의 민간 잠수사가 목숨 건 수색·구조활동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유속이 빠른 맹골수도에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바다에 잠수를 하고 있다.

잠수사들은 시야가 확보 안 돼 손을 더듬어 가며 수색작업을 하는 고단함과 더불어 공포와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지난 6일에는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 민간잠수사 고 이광욱씨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벌어졌다. 그는 사고해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의 SNS 카카오스토리에 "간만에 애국하러 왔네"란 글과 사진을 남겨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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