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걸리는 세월호 구명장비 검사 이틀만에 끝냈다

머니투데이 목포(전남)=김훈남 기자 2014.05.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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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계약 일정쫓겨 검사항목 대부분 누락…기록부는 2012년 수치인용, 사진은 다른배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의 인명피해를 극대화한 원인으로 구명장비 오작동이 손꼽히는 가운데 구명장비 검사업체 한국해양안전설비가 통상 보름여 걸리는 구명장비 검사를 이틀만에 마쳤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사일정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검사항목을 생략하는 등 부실 검사가 이뤄졌다는 것. 세월호뿐만 아니라 대형 선박들의 부실한 구명장비 검사가 관행처럼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일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안상돈 검사장)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 10일 체포한 한국해양안전설비 차장 양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구명장비 정비를 위해 세월호가 입고된 시기는 지난 2월11일로 정상적인 검사의 경우 구명벌(구명뗏목)과 슈트(비상탈출용 미끄럼틀)를 모두 떼 내 점검한 뒤 다시 설치해야한다. 이 경우 점검기간은 보름안팎이 걸린다는 게 합수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과 한국해양안전설비의 계약상 구명장비 정비는 2월15일까지 마무리하기로 돼있었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계약기간을 맞추기 위해 부실점검을 했다는 게 양씨의 해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가스 팽창시험과 안전밸브 효력 등 여러 항목에서 구명벌 일부만 대충 검사한 뒤 나머지는 누락했고, 자동이탈기는 전체 46개 중 고작 9개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슈트의 경우 철제포장박스에 페인트 도색만 점검한 뒤 검사를 생략했다고 한다.

정비기록부는 검사 수치가 없는 만큼 2012년 11월, 즉 취항 이전 증톤(증축) 작업이 한창이던 시점의 수치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비를 실제로 하지 않은 만큼 정비 사진은 다른 배의 점검사진으로 대체했다.


결국 세월호의 구명장비 검사는 단 이틀 만에 마무리됐고 지난달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한 구명벌은 1개에 불과했다.

합수부는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양씨에게 체포당시 혐의인 업무방해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부실한 구명장비 점검이 세월호 승객을 희생시켰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수사팀은 양씨의 상급자인 한국해양안전설비 대표 송모씨와 이사 조모씨를 불러 조사 중이다. 합수부는 양씨와 공범 혐의로 두 사람을 입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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