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홍콩지점, 글로벌금융 중심서 쌓은 20년 내공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4.05.08 05:30
글자크기

[금융강국코리아 2014 ⑤-1]2000만달러 안정적 수익 기반으로 '현지화 박차'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기획해 온 ‘금융강국 코리아’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머니투데이는 '또 다른 10년'을 화두로 제안합니다. 해외진출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새로운 10년을 열어갈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점검합니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개척하는 우리 금융전사들의 현장을 향해 지구촌 곳곳을 찾아갑니다.

IBK기업은행 홍콩지점, 글로벌금융 중심서 쌓은 20년 내공


국제 회의장과 고급 호텔들로 빼곡한 홍콩 센트럴 지역의 퍼시픽 플레이스.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쇼핑몰로 유명한 이 건물 두 번째 동 31층에 IBK기업은행 홍콩지점이 있다. 지난해 많은 국내은행 해외지점들이 수익 악화에 울상이었지만 지난달 30일 찾은 기업은행 홍콩지점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지난해 지점 설립 20주년을 맞은 기업은행 홍콩지점엔 지금까지 쌓아온 안정감을 발판으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지점설립 20년 결실...올해도 2000만달러 이익 목표



기업은행 홍콩지점 자신감의 기저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안정적인 수익이 있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은 지난해까지 4년간 2000만~2300만달러의 세전이익을 냈다. 국내 11개 은행이 홍콩에 지점이나 법인을 두고 있으나 1967년 진출한 외환은행 외엔 2000만달러 이상의 세전이익을 달성한 곳은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은 올해도 2000만달러의 세전이익 달성을 목표로 한다.

다른 은행에 비해 다양한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은 기업은행이 홍콩지점이 다른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이 번 수익에선 어음할인(35%), 자금시장거래(28%)가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무역금융이나 대출 등 상업금융도 수익원의 17%를 차지한다. 신디케이트론과 유가증권 등 투자금융을 통해서도 수익의 8%를 냈다.



재무제표에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수출입, 송금 거래 위안화 선물환거래 등을 통해 홍콩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점도 돋보인다. 특히 홍콩 시장에서 금리 스프래드 거래를 위한 은행간 자금거래규모가 6억~8억달러로 이익에도 상당부문 기여 중이다.

최근 5년간 연체율이 '0%'를 달성했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관리 능력을 중심으로 한 대출 심사나 대출 고객 뿐 아니라 고객의 거래처 신용도까지 파악하는 치밀함 덕분이다. 특히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경험과 안목이라는 정성적인 부분까지 살피며 연체율 관리에 효과를 봤다.

물론 최근 달성한 안정적인 실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의 자산은 2000년 2억7800만달러에서 2010년 9억2100만달러 지난해 15억100만달러로 성장했다. 1993년 지점 설립에서 부터 2000년까지 토대를 구축해 온 시간이 있었기에 10여 년 간 5배의 자산 성장이 가능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은행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를 겪어냈다. 그러는 동안 2005년 700만달러가 채 안됐던 세전이익은 2010년부턴 2000만달러대를 구가하고 있다. 20년간 겪어 온 시행착오와 내공의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IBK기업은행 홍콩지점, 글로벌금융 중심서 쌓은 20년 내공
◇이제는 '현지화'다...글로벌 탑 은행들과 승부할 때

자리잡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홍콩은 글로벌 금융의 중심인만큼 변화가 빠르다. 홍콩 기업의 92%는 서비스업체고 홍콩 총수입의 86%가 재수출인만큼 중계무역을 위한 송금 및 수출입 거래가 많다. 관련한 금융서비스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지는 건 시간문제다. 홍콩 은행영업의 핵심도 금융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예전엔 기업들이 거래대금을 신용장(LC)으로 결제했지만 이보다 간편한 전신환송금(TT)으로 바꿔왔고 최근엔 이보다 간편한 사후송금결제(OA)로 이동하고 있다. 자금이 돈이 되고 무역이 돈이 될 때가 있는데, 이런 추세 변화를 인식하는데 뒤쳐지면 그대로 도태된다. '대세'의 이동을 재빨리 잡아내고 영업력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어느 시장보다도 필요한 곳이 홍콩이다.

홍콩 현지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있어 핵심이다. 고대진 기업은행 홍콩지점장은 "홍콩 지점은 단순히 상징적인 해외지점이 아니라 실질적인 아시아 사업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홍콩 내 거래를 늘리기 위해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 홍콩지점 외관IBK기업은행 홍콩지점 외관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 홍콩지점들은 그 동안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 대출과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에 사업의 대부분을 의존해 왔다. 기업은행 홍콩지점도 홍콩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결제, 수출입서비스, 저리 자금조달 등의 '미션'을 지난 20년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이제는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서 머무는게 아니라 홍콩 현지 기업과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래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홍콩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은행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물론 현실은 만만찮다. 지난해말 기준 홍콩에 진출한 은행은 모두 201개. 그 중 톱 10에는 뱅크오브차이나 등 중국계 은행, HSBC 등 전통적으로 아시아 사업기반이 강력한 유럽은행, JP모간, 웰스파고 등 미국계 은행이 포진해 있다. 상위 10위 은행의 평균 자산 규모가 450억달러인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평균 자산이 10억달러에 불과하다. 덩치의 차이가 확연하다.

고 지점장은 "미국, 홍콩 등 소위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표준화가 안 통환다"며 "선진국 시장에선 현지화가 필수며 홍콩에서도 현지인을 통한 현지화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은 현지화의 첫 단추로 첫 현지기업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달부터 홍콩 현지인 기업금융전담역(RM)을 고용해 현지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기업은행은 현지화 1단계로 로컬 공기업과 대기업으로 고객을 확장한 뒤 두 번째로는 로컬 중소기업을 공략하고 먼 훗날 소매금융까지 아우르는 현지화 그림을 그린다. 기업은행 현재는 6~7개의 로컬 공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 홍콩법인 25명 중 19명은 홍콩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