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에 목매지마라.."韓외식 중원으로 간다"

머니투데이 상하이·난징·창저우(중국)=장시복 기자 2014.05.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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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한류 '차이나 3.0' 시대]

중국 유명 유통·부동산그룹 골든이글(Golden Eagle·중국명 진잉)이 난징 신지에커우점에 세운 'GE백화점'. 1996년 세워진 이 백화점은 단위 면적당 매출이 중국 전역에서도 가장 높은 매장으로 유명하다.중국 유명 유통·부동산그룹 골든이글(Golden Eagle·중국명 진잉)이 난징 신지에커우점에 세운 'GE백화점'. 1996년 세워진 이 백화점은 단위 면적당 매출이 중국 전역에서도 가장 높은 매장으로 유명하다.


#.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의 홍차오 기차역에서는 장쑤성 성도(省都)인 난징으로 가는 고속철도가 5분에 1대꼴로 출발한다. 총거리 300km를 시속 300km로 달리니 1시간 정도면 난징에 닿을 수 있다. 그동안 중국 역사·문화의 고도로 여겨졌던 난징은 교통 인프라 발전과 함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속속 진출하며 상하이에 버금가는 경제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몰려드는데다, 역사 도시로 관광 수입도 높다보니 난징의 구매력은 콧대 높은 상하이 못지않다. '난징의 명동'격인 쇼핑거리 신지에코우에 가면 그 활력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탈(脫) 베이징·상하이화 가속.."2·3선 도시가 답이다"

신지에코우 한복판에는 중국 최대 유통그룹 골든이글(중국명 진잉)의 'GE백화점'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1996년 세워진 이 백화점은 단위 면적당 매출이 중국 전역에서도 가장 높은 매장으로 유명하다.



현재 리뉴얼과 증축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해 9월 골든이글과 합자계약을 맺은 한국 미스터피자는 이번에 골든이글 계열 쇼핑몰에 처음 매장을 열었다. 미스터피자는 골든이글의 유통채널에 앞으로 계속 입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베이징이나 상하이보다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낮은 반면 구매력은 높은 2·3선 도시로의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차재웅 미스터피자 해외사업 부사장은 "난징은 상하이와 비슷한 가격으로 피자를 팔아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거의 없다"며 "반면 상하이보다 임대료는 30~40% 낮아 수익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는 대도시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실질적 수익은 2·3선 도시에서 내는 '투-트랙' 전략으로, 미스터피자 (145원 ▼24 -14.20%)가 외식 만리장성을 넘기 위한 새 전략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한국 외식기업들은 비싼 비용을 들여 상하이나 베이징에 진출해야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제는 실리를 찾는 추세로 중국 진출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1선 도시들은 임대료가 천정부지다. 스타벅스마저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베이징 1호점을 문닫은 게 대표적 사례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상하이 고급 대형쇼핑몰 1층의 임대료는 1㎡당 월 1264.5위안에 달했다. '상하이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홍췐루는 올 초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효과로 유명세를 탄 뒤 점포 임대료가 30%나 뛰기도 했다. 도심 상권인 회화루도 임대료가 치솟아 이를 감당하지 못한 점주들이 빠져나가며 빈 점포가 20개 이상 나오기도 했다.

대도시는 임금 부담도 더 높다. 상하이 최저 임금은 월 1820위안으로 전년대비 12.3% 인상돼 중국 전역에서 가장 쎄다. 2선 도시들의 최저임금이 1520위안 남짓인 것에 비하면 20%나 높은 것이다. 특히 외식업계에서 많이 고용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상하이권 시급은 17위안으로, 전년대비 21.4%나 올랐다. 반면 2~3선 도시들의 시급은 12위안이면 된다.

코트라(KOTRA) 관계자는 "지금 같은 임대료와 인건비로는 1선 도시의 핵심 상권에서는 수익을 내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MPK그룹 정우현 회장(맨왼쪽)이 중국 난징 1호점인 신지에코우점을 오픈한 뒤 중국 현지사업 파트너인 골든이글 그룹의 로저 왕 회장(맨 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MPK그룹 정우현 회장(맨왼쪽)이 중국 난징 1호점인 신지에코우점을 오픈한 뒤 중국 현지사업 파트너인 골든이글 그룹의 로저 왕 회장(맨 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현지흐름에 빠삭한 '스마트 파트너'와 손잡아야 수월

그러나 글로벌 도시인 1선 도시와 달리 2·3선 도시로 진출하려면 현지 사정에 정통해야 하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 외식업체와 중국 기업 간의 합자나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현지 유통·부동산업체는 점포 입점이 한결 쉬워, 한국 외식업계와 궁합이 잘 맞는다.

2000년 베이징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에 입성한 미스터피자도 14년 만에 현지 사업파트너를 만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미스터피자 사업 파트너인 골든이글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유통·부동산그룹으로 현재 중국에서 30여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는 20개 도시에서 50개 유통채널을 확보할 예정이다. 난징을 기반으로 안후이성·산시성·윈난성 등 중원으로 사업을 넓히는 모양새인데 미스터피자도 골든이글과 손잡고 중원 공략에 가세하게 됐다.

쭈용페이 골든이글 부총재는 "올해 10개 계열 유통점에 미스터피자를 입점시킬 것"이라며 "아무래도 '우리의 브랜드'이니 가장 좋은 자리에 매장을 내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렇게 되면 미스터피자는 연말까지 상하이를 중심으로 25개 점포, 베이징을 중심으로 45개 점포를 열게 되며 2·3선 도시까지 합치면 중국에서 100호점을 돌파할 전망이다. 미스터피자는 빠르면 2018년 1000개 이상 매장을 열고 이후 피자헛을 제친다는 각오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이제 무한 전투에 임한다는 각오로 중국 시장에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링허우 세대, "한류에 '프리미엄'까지 녹여라"

그러나 중국 외식사업은 파트너만 잘 만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중국인 소비 트렌드도 따라잡아야 한다. 특히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바링허우' 세대가 이제 소비 주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제빵 업계가 특히 그렇다. 2004년 상하이에 처음 진출한 파리바게뜨(SPC그룹)는 중국에서 125개 매장을 운영하며 브랜드 인지도나 운영 시스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아직 중국 최대 베이커리인 85℃(대만계)에 비해 매장수는 절반이지만, 진출 초기부터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 1호점을 럭셔리 브랜드 '파리바게뜨 시그니처'로 새단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파리바게뜨 시그니처는 델리·브런치를 강조한 초(超)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2012년 말 한국에 선보인 것을 중국으로 고스란히 공수해 갔다.

'한류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한류 드라마가 한국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별그대'의 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김수현 빵집'으로 알려지며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한류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벌써 별그대의 '치맥' 인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드라마 PPL(간접광고) 특수는 언젠가는 식게 돼있다"며 "자체 상품력과 브랜드 자생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로는 중국 5등이 한국 1등보다 낫다"..1등과 차별화도 관건
한국인이 중국 내에서 8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만커피'의 난징 매장. 대형매장 규모와 와플·버거 등 특화 메뉴로 스타벅스와 차별화해 승부를 보고 있다. 한국인이 중국 내에서 8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만커피'의 난징 매장. 대형매장 규모와 와플·버거 등 특화 메뉴로 스타벅스와 차별화해 승부를 보고 있다.
때로는 우회 전략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중국 커피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인기와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커피 맛과 분위기 자체만으로는 스타벅스와 정면 승부하기는 현실적으로 벅차 보인다.

때문에 커피 사업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은 디저트를 강화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노려야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며 중국에만 80개 넘는 매장을 보유한 'MANN(만) 커피'도 평균 330㎡ 규모 대형 매장의 편안한 분위기와, 와플·불고기버거 등 특화메뉴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예 '2등 전략'으로 돌아가는 외식기업도 있다. 최근 장쑤성 창저우에 중국 23호점을 연 '죽이야기' 임영서 대표는 "인구만 봐도 중국에서는 5등 안에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중국의 5등이 한국의 1등보다 더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07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죽이야기는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중국인들은 다양한 상차림을 선호한다는 점을 간파하고 단순한 죽 전문점이 아닌 '한국 요리 전문점'으로 매장을 바꿨다. 죽은 물론, 분식·비빔밥·닭갈비 등 40여종의 한국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데 손님 대부분이 한족 현지인들이다. 임 대표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외식업체들은 이제 초기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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