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부도 유병언 회장 재기 비밀은 "일감 몰아주기"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14.04.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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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9일째]유병언 전 회장 딸 유섬나씨 운영 디자인회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과 유 전 회장 두 아들의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염곡동 유 전 회장 자택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사진=뉴스1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과 유 전 회장 두 아들의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염곡동 유 전 회장 자택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사진=뉴스1


한강수상택시·몽테크리스토·킴앤존슨·헤마토센트릭라이프·더편한몸의원과 한의원.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딸 유섬나씨(48)가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이 이들 회사의 인테리어나 제품 및 행사디자인을 맡았다는 점이다.

한강수상택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으며 운영사가 세월호 소속사인 청해진해운이다.



몽테크리스토 카페는 유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씨(44)가 공동대표로 알려져 있다. 이 매장 인테리어도 모래알디자인이 맡았다. 서울 강남과 부산에서 영어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킴앤존슨은 유 전 회장 일가의 핵심계열사 문진미디어가 운영중이다.

더편한몸의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문진미디어 1층 건물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근 또 하나의 더편한몸한의원은 지난 23일 인천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은 다판다 총무팀 사무실과 같은 건물 안에 있다.



이밖에 건강기능식품사업체인 다판다, 사진예술작품 판매업인 헤마토센트릭라이프, 프랑스 초콜릿 브랜드 드보브에갈레를 수입 판매하는 드보브에갈레코리아의 행사나 매장 인테리어를 모래알 디자인이 도맡았다. 다판다는 대균씨가 최대주주다.

드보브에갈레코리아는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 중 부동산건설업을 하는 트라이곤코리아의 4대주주 김찬식씨가 대표로 있다. 헤마토센트릭라이프의 공동대표로 있는 하명화씨는 섬나씨와 함께 모래알디자인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몰아주기 수법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법무법인 소속 김모 변호사는 "거래가격이 애매한 디자인 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보인다"며 "지금 나온 사실만 봐도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모래알디자인 뿐만 아니다. 전날 유 전 회장이 운영하는 세모그룹 계열사 건물들이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또 다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주민은 "압수수색을 받은 건물 1층에 입주한 식당이 역삼동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 소속 직원들에게 싼 가격에 식권을 지급해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 회사 맞은편에 있는 유기농 카페도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 같은 수법을 통해 모인 자금이 비자금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유 전 회장 일가는 제주도에 청초밭영농조합, 경북 청송에 보현산영농조합법인을 갖고 있다. 이 영농조합들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중 상당량은 건강기능식품 업체 다판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카페나 음식점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997년 2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부도를 맞았지만 한평신협 등 신도들을 상대로 모은 자금과 더불어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전 회장과 함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에서 활동했다 탈퇴한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유 전 회장 일가는 부도난 회사를 매각할 당시 신도들에게 판 뒤 다시 헐값에 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도난 회사가 빠르게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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