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대형참사' 위험, "여기도 불나면 끔찍한 일이"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04.2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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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뺨치는 집합건물 '비리']<2>상가·오피스텔·아파트형공장 관리 부실

동대문역 인근의 신발도매상가 3층에 물건 박스가 늘어서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동대문역 인근의 신발도매상가 3층에 물건 박스가 늘어서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상가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 등 집합건축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재 등의 '대형 참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에 비해 느슨한 행정감독이 집합건물의 관리 관련 부조리를 야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3일 찾은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인근의 신발도매상가. 1968년 지어진 이곳은 전국에서 유통되는 구두와 신발이 만들어지고 도·소매로 거래되고 있다. 청계천변을 따라 A~C동 3개동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4~5층은 공동주택 120가구가 거주하고 있어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로 불린다.



신발을 사려는 소비자들과 상인들로 북적이던 이곳도 저녁이 되면 아파트로 변모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아파트와 달리 주거시설 150가구 미만인 주상복합은 집합건물로 분류된다. 집합건물법에는 소유주들로 구성된 관리단을 통해 관리인을 선임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실제 해당 건물의 경우 밤이 되면 경비원이 따로 근무하지 않아 누구나 손쉽게 들어갈 수 있다. 겨울엔 노숙자 등이 들어와 술을 마시고 불을 피우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현 상가주인들의 얘기다. 심지어는 3층 상가 앞에는 많은 양의 물품 박스가 쌓여 있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한 상가 주인은 "일부 상가주인이 소방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만약 과태료가 부과되면 건물 주인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과태료보다 더 큰 문제는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이 쌓인 곳이어서 만약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해 1시간 만에 건물안 상가 16개소를 태우고 진화된 적이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관리 부실로 인한 화재 위험은 아직도 그대로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동대문신발도매상가에 불이나 1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김유진 기자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동대문신발도매상가에 불이나 1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김유진 기자
◇관리감독 권한밖인 '집합건물'


그렇다면 왜 이같은 위험 요소는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국토교통부의 '주택법' 적용을 받아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하고 조사를 회피하면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집합건물은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아 민사적 해결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축물 2033개동은 법적으론 행정청의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가 주민들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소송 등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 아파트에서 발생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발생하고 있는 것.

이에 서울시도 법무부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주택법처럼 행정의 조사나 시정권한을 두고 거부시 벌칙과 과태료 규정을 두는 한편 관리인의 선임과 해임을 구청에 신고토록 하는 방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가나 오피스텔 관리 비리가 심각하다는 것에 국회나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집합건물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예산을 책정하는 등 합동점검반을 꾸려 주민갈등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 주인 등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호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태욱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가나 오피스텔의 관리문제는 주인들의 무관심과 참여부족이 화를 키운 측면이 있다"며 "법·제도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이나 상인들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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