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당시 세월호 무전 녹취록 보니…선원들 '우왕좌왕'

머니투데이 진도(전남)=김유진 기자 2014.04.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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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5일째]사고 40분만에 끊겨, 선원 탈출 추정

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남서방 1.7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진=뉴스116일 오전 9시께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남서방 1.7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진=뉴스1


지난 16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의 교신녹취록이 공개됐다. 세월호 선원들은 사고가 발생한지 35분이 지났는데도 '움직일 수가 없다''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우왕좌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와 진도연안VTS(해상 교통관제센터)의 31분간의 교신은 사고 발생 40여분만인 9시38분 끝났다. 세월호 선원들이 이 시간을 전후해 배를 탈출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20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공개한 교신녹취록에 따르면 진도연안VTS가 처음 세월호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9시6분이었다. 진도연안VTS는 "세월호, 감도 있습니까? 세월호, 세월호"라며 긴박하게 호출을 시작했다.

앞서 세월호는 16일 8시48분 급속 선회를 하며 이상 징후가 발생, 8시55분 제주VTS에게 이상상태를 알리는 첫 교신을 한 바 있다. 제주VTS로부터 연락을 받은 진도연안VTS가 첫 교신 약 11분 후 세월호를 호출한 것이다.



9시7분, 세월호가 "진도VTS, 세월호"라고 처음 교신에 답했다. 진도연안VTS는 바로 "세월호 귀선 지금 침몰중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세월호는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요청했다.



9시10분, 세월호가 진도VTS를 호출해 "저희가 기울어서 금방 뭐... 넘어갈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는 '배가 기울어 움직일 수 없다'며 어떠한 초동조치도 할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9시12분, 진도연안VTS가 "승선원들이 라이프래프트 및 구조보트에 타고 있습니까?"라고 묻자 세월호는 "아니 아직 못 타고 있습니다. 지금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9시21분, 세월호는 진도연안VTS에 "해경이 구조차 오고 있습니까?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항무제주 세월호 감도있습니까?"라며 구조를 재촉했다. 진도연안VTS와 교신을 하며 '항무제주'라고 호출할 정도로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는 9시23분 '경비정 도착 15분전입니다. 방송해서 승객에 구명조끼 착용토록 해라'는 진도연안VTS의 요청에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답했다.

진도연안VTS가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등을 입혀라"고 지시하자 세월호는 오히려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진도연안 VTS가 "선장님이 직접 판단하셔서 인명 탈출 시키세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 시킬지 말지 빨리 결정을 내리십시오"라며 책임을 넘겼다.

세월호는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라며 결정을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헬기가 도착한다는 얘기에 세월호는 "승객이 너무 많아서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엉뚱하게 답했다.

9시32분, 세월호는 진도연안VTS를 급히 부른 뒤 현위치를 말했다. 진도연안VTS는 그 뒤 5분 동안 특별한 반응 없이 다른 선박들에 구조요청을 하다가 9시37분에야 침수상황을 물었다.

9시37분, 세월호는 "침수상태 확인 불가능하고, 지금 뭐 일단 승객들은 해경이나 옆에 상선들은 50m 근접해 있고,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방송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라며 "배가 한 60도 정도만 좌현으로 기울어져있는 상태고 지금 항공기까지 다 떴습니다. 해경.."이라는 내용의 마지막 교신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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