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4.4.17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박 대통령은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건 오후 4시20분께. 당시는 실종자 가족들은 갈팡질팡하는 정부 집계와 실종자 수색지연, 해양경찰청의 잘못된 정보로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우리 아들 살려내" "여기 오지말고 현장에서 살려내" "우리 딸 살려주세요" "얼마나 춥겠냐" 등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지금 심정이 어떤 위로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참담한 순간이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소식을 함께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여러 가지 소식을 정확하게 수시로 빨리빨리 알려드려서 이 답답한 맙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당부했다"면서 "애타는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야 한다고 저도 얘기했고 현장에 해경이나 해군도 경험 많은 사람이 와서 전부 그런 각오로 와서 임하고 있다는 것을 가족 여러분께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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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不信)'의 벽은 높았다.
옆에 있던 김석균 해안경찰청장이 "어떤 여건에서도 잠수부 500명을 투입해 수색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체육관 안에서는 "대통령 앞에서 거짓말을 하냐"며 욕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에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방금 천안함 구조를 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얘기를 현장에서 들었다"면서 "그분들이 한 200여명 와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가족들이 애가 타시겠나, 그분들을 생각해서 마지막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장내는 진정됐고,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과 일문일답을 이어나갔다. 일문일답은 당초 예정돼 있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한다는 계획만 세워놨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모든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상황을 방송뉴스를 통해 처음 접해야하는 현 상황에 아쉬움을 호소했다.
한 가족은 박 대통령을 보자 "여기가 상황실인데 현장 정보가 아무 것도 안들어 온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박 대통령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답변을 청했다.
이 장관은 "말씀같이 지금 뉴스를 보실 수는 없는 거고. 실시간으로 빨리빨리 가족들이 소식을 들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장비가 저녁에 도착한다고 하니까 상황실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이쪽에 알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책본부 측 한 관계자가 배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명단이라도 알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많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이 장관과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눈 뒤 "지금 명단을 다 공개를 하면 그걸 보고 충격을 받을 분도 있어서, 공개를 원치 않는 가족도 존중해야 되지 않겠나"며 개별적으로 원할 경우 즉각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한 가족은 "잠수부들이 그냥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여기 있는 가족 몇 분이 가서 실제 현장을 보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거를 좀 가족 분들한테, 잠수하러 내려가서 어떤 상황이었고, 지금 어떻게 됐다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새벽 5시에 크레인이 도착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 크레인이 선박을 묶어서 크레인의 힘으로 전부 다 들어 올릴 수 없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들어 올린 다음에 잠수부가 더 들어가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그런 세세한 얘기를 누구보다도 이 가족 분들이 들으셔야 하지 않겠나"고 강조하자, 체육관 내에서 박수가 나왔다.
사고 현장에서 먼저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처벌여부를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하여튼 이번에 철저하게 조사할 거고, 또 원인규명도 확실하게 할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엄벌에 처할 것이다. 반드시..."라며 힘주어 답했다.
◇朴 단상 내려오자 가족들 "살려주세요. 가지마세요" ..6세 권양 쓰다듬으며 퇴장
이날 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에게 실종된 가족이 '살아있다'고 보내온 문자를 보여주며 서둘러 선내 '공기 주입'을 위한 에어펌프 설치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게 가족 분들하고의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공기를 빨리 들여보내서 뭔가 생존자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인데, 공기를 넣으려고 했는데 안 됐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 안 되고 있는지도 자세한 설명을 해야지. 이게 안 돼서야 계속 애만 타고, 안 되지 않겠나"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장관의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 믿어달라"는 발언에 가족들 항의가 그치지 않자, 박 대통령은 "“이렇게 이분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튼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 장내를 진정시켰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거 전부 시행이 되도록 지시를 하겠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가족은 "우리가 하도 속았다. 너무 많이 속았다. 제 핸드폰 번호를 가져가서 전화해라. 그래서 주무시기 전에 오늘 한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확인하겠다"고 답변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박수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자 가족들은 "살려주세요. 가지마세요"라며 호소,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모의 생사를 모른 채 단상 바로 앞에 앉아있던 6살 권지연 양도 "가지마"라며 울음을 터트리자, 박 대통령은 퇴장하다가 권 양에게 다가가 침통한 표정으로 쓰다듬었다,
박 대통령은 사고현장과 실종자 가족들이 수용된 진도실내체육관 방문을 마치고 이날 저녁 8시30분께 청와대에 도착, 13시간 동안에 걸쳐 11번의 운송수단을 갈아타는 고된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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