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구하러 가야 돼…" 구조하다 실종된 선원도 있다

머니투데이 인천=박소연 기자 2014.04.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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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양대홍 사무장 침몰 후 구조하다 실종 추정

가족들이 공개한 세월호 선원 양대홍 사무장(46)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가족들이 공개한 세월호 선원 양대홍 사무장(46)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수협에 모아둔 돈 있으니까 큰아이 등록금으로 써."

세월호 침몰 이틀째인 17일, 사고 여객선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양대홍 사무장(46)의 사고 당시 통화내용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10분쯤 양 사무장의 형 양대환씨(57)와 부인 안소현씨, 누나 양영자씨는 선사인 청해진해운 본사가 위치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았다.



형 양씨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세월호에 탑승한 동생은 실종된 것으로 나오는데 언론에서 선원들이 모두 먼저 탈출한 것처럼 나와서 억울해서 나왔다"며 "다른 실종선원 가족들과도 연락하고 고통을 나누고 싶은데 연락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7시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1층에서 사고 여객선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선원 양대홍 사무장(46)의 가족이 사고 당시 통화내용을 전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17일 오후 7시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1층에서 사고 여객선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선원 양대홍 사무장(46)의 가족이 사고 당시 통화내용을 전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이들 가족에 따르면 양 사무장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10시1분 부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처남에게 전화해 사고를 알렸다. 일을 하고 있던 부인 안씨와는 10시3분 통화에 성공했다.

양 사무장은 부인 안씨에게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수협에 모아둔 돈 있으니까 큰아이 등록금으로 써"라고 말했다. 안씨가 어떤 상황이냐고 물었지만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 해. 끊어"라고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었다.

형 양씨는 "다들 동생이 도망간 것처럼 말하는데 평소 동생은 남을 아끼는 심성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부인 안씨도 "애들을 구할 생각 갖고 있는 것 같았고 탈출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안씨는 오전 10시3분 이후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남편은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 부인 안씨는 진도 사고현장에 내려갔다가 이날 새벽 올라왔다.

실종된 양 사무장은 당일 오전 9시30분쯤 형 양씨가 건 전화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 양씨는 "사람 마음이 다 같을 것이다. 너부터 살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떤 말도 못하고 잘 해라, 잘 해라 했다"며 "동생이 '배가 기울어요' 하더니 '형님!' 소리치고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양 사무장은 다른 일을 하다 배에서 일한 지 4년차로 승객관리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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