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 "암초 아닌 급선회中 균형상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이창명 기자, 이슈팀=이해인 기자 2014.04.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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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생존 조타수·전문가 "애초 화물적재 문제에 급선회 겹친듯"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등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등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형참사를 야기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암초 충돌이 아닌 급선회나 균형상실 때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양경찰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장·선원 등 관련자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7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항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 당일 오전 8시49분쯤 선박이 급 우현 선회하는 이상징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암초 출동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까지 파악된 선박 운항경로 상에는 뚜렷한 암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생존 조타수 등 "암초충돌과 달랐다…선회 중 균형상실"

세월호에서 구조된 조타수들도 침몰 원인이 암초 때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암초와 충돌할 땐 훨씬 큰 충격이 가해지는데 배가 급격히 기울기 전에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생존자 조타수 오모씨(58)는 지난 16일 구조된 직후 "사고 해역 주변은 암초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짐작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암초는 아닌 것 같고 '쿵' 소리는 여객선에 실린 컨테이너가 부딪히는 소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선박 외부에 암초와 부딪힌 흔적이 눈에 띄지 않고 대규모 선박에는 자동운항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이 작동하고 장애물을 감지하는 레이더도 장착돼 있다는 이유에서 암초 충돌의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들은 급선회 과정에서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적재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며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김세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교수는 "세월호의 경우 화물 적재시 고정작업을 하는 '래싱(Lash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선박이 방향을 틀면서 화물이 한쪽으로 쏠렸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짐작했다.


침몰한 세월호에는 1157톤 가량의 화물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대로 래싱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선박이 급선회했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승건 부산대학교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이미 균형을 잃은 선박이 갑자기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박의 균형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힘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목포 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이준석 세월호 선장(69)과 선원 10명 등을 불러 사고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해경은 세월호가 큰 각도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적재된 컨테이너 화물 등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선박이 균형을 잃은 것이 주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무게를 두고 수사중이다.

◇"승객 더 태우려고 불법 증축" 의혹도

건조 후 20년을 넘긴 여객선 세월호가 무리한 증축을 해 선박이 균형을 잃는 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돼 18년간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구간 카페리 여객선으로 운항되다 한국에 매각됐다. 이후 증축과 개조를 통해 세월호의 승선 정원이 당초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어났고 무게도 6586톤에서 6825톤으로 무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증축으로 균형이 맞지 않게 적재된 화물이 선박의 급격한 선회와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침몰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월호가 소속된 청해진해운 측은 이같은 분석에 대해 "구조변경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로 해경 조사 중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책임을 회피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전 8시55분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세월호엔 모두 475명이 탑승했으며 현재까지 9명이 사망하고, 179명이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87명은 현재 여객선 안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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