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이통사 패러다임 변화 시도…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4.04.2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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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치킨게임' 승리 황창규 KT 회장, 파괴적 요금제·서비스 준비…출혈경쟁 우려도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분당 사옥에서 계열사 CEO들과 전략회의를 갖고 '싱글 KT'를 강조했다. / 사진제공=KT황창규 KT 회장이 17일 분당 사옥에서 계열사 CEO들과 전략회의를 갖고 '싱글 KT'를 강조했다. / 사진제공=KT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 삼성전자를 승리로 이끈 황창규 KT (34,500원 ▼100 -0.29%) 회장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존재감이 점점 사라진 KT가 '아이폰' 첫 출시 당시처럼 '시장 혁신'의 주인공으로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창규, 파괴적 요금제·서비스로 패러다임 바꾼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영업정지가 끝나는 시점 전후로 획기적인 요금제와 서비스를 내놓고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KT가 내놓을 요금제는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무제한 LTE(롱텀에볼루션) 요금제보다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무제한 LTE 요금제처럼 혜택은 대폭 늘리나 월 부담은 낮춘 요금제 출시 가능성이 높다.

KT가 고민끝에 경쟁사의 무제한 LTE 요금제를 따라 간 것도 별도로 준비하는 요금제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는 이번에 내놓은 요금제와 서비스로 이동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게임의 법칙을 바꾸지 않고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없어서다. 특히 유선통신 매출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선매출을 끌어올릴 필요성도 커졌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의 전략회의에서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융합의 리더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2009년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이동통신업계에서 점점 존재점이 사라지는 것도 KT가 무리를 하는 이유다. KT는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시대를 이끈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아이폰을 출시하고 아이폰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KT는 점점 소외됐다.


KT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끝날 때 이동통신 패러다임을 바꿀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5월 초 황 회장이 직접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규의 패러다임 변화 시도, 성공할까

황 회장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반반이다.

황 회장이 2007~2009년 반도체 치킨게임 때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끌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경험이 의외의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황 회장은 이동통신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사람이 아닌 만큼 '겁없이' 요금 경쟁에 나설 수 있다. 보조금과 달리 요금은 한번 낮추면 되돌리기 어려워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단순 요금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영업환경도 KT에 유리하다. KT는 4월27일부터 5월19일까지 단독으로 영업할 수 있다. 특히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이번 영업정지가 끝난 이후에 불법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에 따른 제재로 각각 14일, 7일의 추가적인 영업정지를 이어간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보조금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면 요금제가 가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이 없다면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요금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보통 출혈경쟁이 격해지면 1위 사업자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KT는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1위 사업자가 아니다.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KT의 자금력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KT가 특별명예퇴직을 영업정지 이전에 빠르게 마무리하려는 것도 공격적인 투자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이동통신사의 치열한 경쟁이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저렴하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M2M(사물통신) 등이 활성화돼 이동통신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면 많은 국민들이 쓸 수 있는 저렴한 요금제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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