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미스터리…구조자들 "쿵 소리도 없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박소연 기자, 황보람 기자 2014.04.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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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암초충돌 가능성 제기...어민들 "큰상선 오가, 암초없어"

'세월호' 침몰 미스터리…구조자들 "쿵 소리도 없었다"


정부가 진도 해역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이 '암초에 의한 좌초'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가운데 사고 당시 충돌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사고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사고 해상은 암반지대" vs 생존자들 "쿵 소리 못 들었다"



해양수산부는 16일 오전 8시 58분쯤 세월호가 침몰한 전라남도 진도 해상이 '암반지대'라고 밝혔다. 세월호 선장이 안전한 항로가 아닌 암초지대로 진입해 충돌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객선에서 구조된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별다른 충돌음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세월호에서 구조돼 목포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타수 오모씨(59)는 "사고 해역 주변은 암초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고원인을 짐작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암초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헬기로 구조된 안산 단원고 2학년 이모양(17)과 전모양(18)은 "침몰 당시 '쾅'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난지 몰랐고 배가 기울어진 건 높은 파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구조 참여 어민들 "밑바닥은 암반지대라도 암초 없어"

여객선 구조 작업에 동참한 인근 지역 어민들도 여객선이 침몰한 해상이 배가 걸릴 만한 암초가 없는 곳이라며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평소 큰 상선들이 자주 오고가는 곳이기 때문에 여객선이 충돌할 만한 암초는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민간 어선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진도군 조도면 박종득 면장은 "여객선이 침몰된 지역은 바다 밑바닥이 암반지대인지는 몰라도 배가 부딪힐 만한 암초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곳에서 암초와 충돌하고 여객선이 흘러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1.8마일(2.9㎞) 해상에서 발생했다. 사고 지역의 수심은 37m로 여객선은 수심 6m 정도가 잠기는 6852톤급 규모다. 배가 운항할 수 있는 깊이는 충분히 확보되는 여건인 셈이다.

◇항로 벗어났나…선사 "항로·운항속도 모두 정상" 주장

사고 여객선이 기상여건 악화로 당초 출발 예정시간이었던 오전 6시30분보다 늦어진 오전 9시에 출발하는 과정에서 시간 단축을 위해 기존 항로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단원고 2학년 송모양은 "안개 때문에 출발을 안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왜 출발 안하냐'고 항의하자 배가 출발했고 이후에 빨리 가려고 진로 우회를 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가 구조된 학생들 사이에서 떠돈다고 전했다.

사고 여객선이 소속된 청해진해운 측은 세월호가 안전한 항로를 벗어났을 가능성에 대해 해양경찰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속도와 항로 모두 정상이었다는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청해진해운은 이날 인천항연안 여객터미널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예정보다 늦게 출발해 시간 단축을 위해 평소보다 빨리 운항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안전한 항로를 이탈했는지 여부는 파악해봐야겠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선장 부재로 다른 선장이 대신 운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신 투입된 선장 역시 베테랑으로 '대타'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사고 원인은 침몰한 여객선을 인양해 바닥 부분을 확인하고 선박 내 블랙박스를 찾아 분석한 후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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