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만난 정지홍 신속즉응팀장겸 강력계장(53·경감)/사진=이동훈 기자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더 당황스러웠다. 김씨는 '너무 사소한 사건을 신고하는 것 아닌가' 잠시 고민하다가 경찰에 도난 신고했다. 불과 며칠 후 김씨는 "안장 도둑을 붙잡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씁쓸한 마음을 털어냈다.
정 팀장은 "시민들은 형사 사건을 언론에서 보도되는 강력 사건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누가 때리거나 차를 긁는 등 자신이 겪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분을 삭힐 뿐 신고할 생각을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속즉응팀은 지난 2월27일 김상철 영등포서장(총경)과 전우관 영등포서 형사과장(경정) 등이 '우선 순위에 다소 밀릴지라도 시민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민생 치안'을 고민하던 끝에 꾸려졌다. 인원은 기존 형사당직 4개팀에서 형사 각 1명씩을 차출했고 정 계장이 팀장을 맡았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만난 정지홍 신속즉응팀장겸 강력계장(53·경감)/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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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팀장이 신속즉응팀을 맡게 된 배경은 그의 경력과도 관련있다. 2011년 영등포서 강력계장으로 부임한 정 팀장은 경찰생활 30여년의 절반 동안 형사 사건을 수사한 '베테랑' 형사다. '여의도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영등포 관내의 굵직굵직한 사건 수사를 도맡았다.
정 팀장은 '초기 단서'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신속즉응팀 수사가 강력 사건 수사와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신속즉응팀은 사건 해결률 극대화를 이끄는 초기 단서 확보에 강점이 있다"며 "강력 사건의 초기 수사 대응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속즉응팀의 초기 수사 중 강력 사건의 기미가 보이면 정 팀장의 주도 아래 강력팀이 즉시 투입된다.
정 팀장은 "경범죄에 대한 신속 대응을 통해 전체적인 범죄의 감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사소한 범죄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결국 강력 범죄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 팀장은 "최근 다른 경찰서 관할 주민이 신속즉응팀의 활약을 보며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며 "사소한 사건으로 속상해 하는 시민들의 시름을 덜 뿐 아니라 경범죄와 강력 범죄를 모두 예방해 치안 틈새를 메우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