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지금 이곳에서 열리는 신세계

ize 위근우 기자 2014.04.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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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z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지금 이곳에서 열리는 신세계


어벤져스가 한국에 왔다. 물론, 영화 촬영 이야기다. 지난 3월 30일부터 2주 동안 서울 곳곳에서 < 어벤져스 2 > 촬영이 진행된다. 소문이 돌 때부터 사람들은 흥분했고, 정식 계약이 체결되자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졌다. 이러한 열기에 대해 혹자는 그게 대수냐는 태도를 취하고, 혹자는 대수라며 < 어벤져스 2 >를 통한 한국 이미지 노출의 중요성을 강변한다. 태도는 다르지만 둘 모두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홍보 효과나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로 정의하는 건 동일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느껴지는 흥분은 < 다이하드 > 시리즈를 서울 도심에서 찍는다고, < 미션 임파서블 5 > 촬영을 남산 타워에서 진행한다고 생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 두근거림은 < 어벤져스 2 >라는 영화를 통해 한국과 한국에 사는 우리들이 마블의 영화 세계, 즉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원이 된다는 기분 때문이다. < 아이언맨 > 쿠키 중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대사처럼 “당신은 더 거대한 세상의 일원이 된 거야.”

< 아이언맨 >과 < 인크레더블 헐크 >에서 각 영화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암시를 주고, 마블 엔터테인먼트 에릭 롤만 사장이 인터뷰에서 “과거의 캐릭터 유통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의 프로젝트인 < 어벤져스 >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힐 때만 해도 이 모든 건 < 어벤져스 >라는 이벤트를 위한 재밌는 아이디어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에릭 롤만은 이런 말도 했다. “마블의 경우 개별 캐릭터가 아닌 그 캐릭터들이 사는 마블 유니버스에 열광하는 경우가 많다.” < 어벤져스 >의 대성공 이후 최근 <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로 이어지는 후속작들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개념이 강조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단순히 마블 코믹스의 영화화 버전이 아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히어로의 수많은 이야기를 파생시켜온 마블 코믹스는 각 이야기의 설정이 맞지 않게 되거나 시대에 맞춰 이야기를 새로 만들 때마다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평행세계 개념을 만들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역시 이런 독립적인 평행세계 중 하나이며, 현재 마블이 탄생시킨 그 어떤 평행세계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 < 어벤져스 >가 얼마나 매끈하게 잘 만든 히어로 영화였는지 설명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토록 매력적인 영화로 자신들만의 우주를 구축하고 세계의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는 방식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기가 < 아이언맨 >으로 시작해 < 어벤져스 >로 종료되고, 2기가 < 아이언맨 3 >로 시작되는 건 흥미로운 패턴이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웅이 되었지만, 영화 개봉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마블 코믹스에서도 최고 인기 캐릭터는 아니었고, 마블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듣보잡’이었다. 하지만 억만장자에 쾌락주의자인 토니 스타크와 그가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아이언맨 슈트는 마블을 모르는 관객들도 쉽게 즐길 만한 것이었다. 반면 마블에서 손꼽히게 중요한 캐릭터이자 시간순으로도 먼저 탄생한 미국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가 나온 < 퍼스트 어벤져 >가 가장 나중에 배치된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 어벤져스 >는 이처럼 마블이 세계 시장을 향해 조심스럽게 배치하고 누적시킨 서사를 한 방에 쾅 터뜨리는 빅뱅과도 같았다. 그리고 빅뱅과 함께 우주는 탄생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개념 안에서 관객은 각 개별 작품을 보면서도 더 거대한 이야기를 읽어내고 상상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개념 안에서 관객은 각 개별 작품을 보면서도 더 거대한 이야기를 읽어내고 상상한다.
이후 등장하는 개별 히어로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이 우주의 맥락 안에서 해석된다. 가령 토니 스타크는 이미 < 아이언맨 >에서 더 거대한 세상에 속하게 됐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에 잠 못 이루는 건 < 아이언맨 3 >에서다. 이제 관객들은 < 아이언맨 3 >에 나온 익스트리미스라는 신기술이, <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에서 벌어진 쉴드의 대대적인 변화가 서로의 세계에 영향을 주고 결국 < 어벤져스 2 >에서 중요하게 맞물릴 것을 예상한다. 요컨대, 각 개별 작품을 보면서도 더 거대한 이야기를 읽어내고 상상하게 된다. 이 모든 복선과 장치가 철커덕하고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볼 때의 쾌감은 잘 만든 히어로 영화 한 편으로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팬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마블의 원천 기술과 할리우드의 자본이 만나 탄생한 이 세계의 열렬한 팬이 된다는 것이, 소위 출구 없는 매력에 빠지는 건 아니다. 출구는 많다. 정말 무서운 건 그 출구가 이야기의 바깥이 아닌, 앞서 말한 마블의 각기 다른 세계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여러 평행세계가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메인 유니버스인 ‘지구-616’의 주요 설정을 변주한다. 전체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지구-1999999’로 분류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역시 ‘지구-616’을 비롯한 여러 마블 유니버스의 설정에 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퍼즐 조각까지 구해 이 우주를 좀 더 명확히 조립하고 싶은 능동적인 팬이라면 마블 유니버스라는 더더욱 거대한 세상에 손을 뻗게 된다. < 어벤져스 > 쿠키에 나온 타노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코믹스 버전의 마블 유니버스에서 그가 벌인 행적과 능력을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전 세계의 팬들을 마블 유니버스로 끌어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포털이다.

지금 사람들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 어벤져스 2 >의 전투 장면에 흥분하는 건 그래서 촌스럽지도 국수적이지도 않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웅들이 활약하는 지금의 서울은 말하자면 슈퍼히어로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우주 ‘지구-1218’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지구-1999999’, 두 개의 우주가 조우하는 웜홀과도 같다. 이 웜홀을 통해 우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마블 유니버스를 만난다. < 어벤져스 2 >에 20여 분 동안 비춰질 한국의 모습이 국가 이미지를 얼마나 개선할 것이냐는 논쟁도 그 기적 같은 순간에 비하면 부차적일지 모른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강하고 정의로운 존재가 지금 이곳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자신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관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며 한 세계의 팬을 그 세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풍경은 히어로 영화가, 아니 히어로를 다루는 모든 콘텐츠가 닿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쾌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세계다. 그것도 지금 우리 눈앞에서 열리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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