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 최 장관이 앉은 원탁테이블엔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 성격의 보고서가 놓여졌다.
최문기 장관/사진=미래부
청사 출입문 밖을 나서던 한 기관장은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두달여 지난달 5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공공기관장 및 협회·단체장 워크숍'에 참석한 최 장관은 "각 출연연에서 제출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이행계획 시점이 대부분 올해 말(11~12월)로 돼 있는데, 이는 결국 올해 계획된 예산을 다 집행하고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적어도 6월부터는 가시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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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들의 심정은 '절망'이라고 표현됐다. 출연연 활동의 족쇄인 공공기관지정 해지는 해를 계속 넘겨 7년째 끌어온 과학계 해묵은 과제인데 개선될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장관에게 전달된 보고서에는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기준이 출연연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돼 인력확보나 경영성과 측면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집행지침을 준용하도록 하다 보니 획일적인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수 밖에 없어 현장에서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 채용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하지만 기재부는 꿈쩍 않는다. 정부 출연금이 2조원 가까이 투입되었으므로 기타 공공기관에서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출연연 관계자는 "이는 최 장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 같다"며 무기력한 미래부를 원망했다.
독일 '프라운호퍼'와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R&D(연구개발)와 지식창출이라는 연구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율성 및 특수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며, 여타 공공기관과는 다른 관리체계를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