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알레르기·아토피 어떡해?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14.03.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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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헬스&웰빙]꽃가루만 봐도 기침, 아토피도 봄이면 더 심해져

봄이 되면 유난히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비염 증상이 심해져 "감기를 달고 사느냐"는 주위의 핀잔을 듣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은 영화관에 가면 기침을 참느라 남모르는 고생을 하기도 한다.

꽃가루를 보기만 해도 기침이 나와 봄철 벚꽃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은 증상이 심해져 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밤새도록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부모들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알레르기, 면역 특성과 환경 등에 의해 만들어져=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전 인구의 5~20%가 앓고 있는 의외로 흔한 질병"이라며 "환절기가 되면 증상이 더 나빠져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겨우내 잠잠하다 환절기가 되면 귀신 같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같은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강 교수는 "몸에 이미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알레르기 염증반응 회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은 교통사고처럼 일시적 외부요인에 의해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면역학적 특성과 태아 때부터 노출된 외부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비염으로 나타난다.

실제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40%, 양쪽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는 70%로 자녀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은 높아진다.

같은 유전인자를 갖고 있더라도 생활 속에서 노출되는 외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알레르기 질환은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콧물 나면 알레르기 비염? 유발인자 찾는 것이 중요=많은 사람들이 봄철 콧물이 자주 나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한다. 코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콧물과 재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바이러스를 처치하기 위해 혈관을 타고 많은 백혈구가 코로 몰린다. 바이러스와 싸우고 전사한 백혈구들은 누런 콧물로 변한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코 점막에서 알레르기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비만세포들이 혈관을 확장시키는 히스타민 물질을 다량으로 분비한다. 이 때는 코 점막 아래 혈관이 늘어져 혈관 속에 있던 물 성분이 점막으로 빠져 나온다.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은 물처럼 맑은 콧물을 수반한다.

히스타민은 가려움증도 유발한다. 코와 눈이 간질간질해지고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맑은 콧물은 물론 눈코 가려움이나 재채기와 함께 코 막힘 증상도 나타난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나타나는 코와 목이 따끔거리거나 열이 나는 증상은 알레르기 비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봄철 심해지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 절반이 9세 이하 어린이=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봄철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질환이 바로 아토피 피부염이다. 아토피는 '이상한' 또는 '부적절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음식물이나 흡입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유전적으로 발생한 경우다. 아토피 피부염 외에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을 모두 가리키는 용어다.

환자 절반이 9세 이하 어린이인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학적 요인과 알레르기 및 면역학적 요인, 피부 장벽 이상 등으로 발생한다.

대표 증상은 심한 가려움증. 가려움증을 해소하기 위해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게 되고 피부 병변이 심해져 가려움증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려움증은 특히 밤에 심해져 수면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나이에 따라 증상을 보이는 부위의 분포와 양상이 달라진다. 혈관에 이상이 생기고 피부 장벽에도 문제가 생겨 피부가 건조해지고 거칠어진다.

◇나이따라 증상 달라, 성인은 백내장 함께 오기도=조남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에 따르면 유아기 환자의 경우 생후 2~3개월 후부터 급성병변으로 증상이 시작된다.

양 볼에 가려운 홍반이 나타나고 두피 등에도 병변이 생긴다. 다른 감염이 함께 일어나 딱지와 농포(고름집) 등도 발생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예방주사를 맞을 경우 습진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2세부터 10세까지 소아기에는 팔꿈치 앞 부분이나 무릎 안쪽에 피부염이 주로 생긴다. 엉덩이와 눈꺼풀, 손목, 발목 등에도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 입술에 피부염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유아기보다 급성 증상은 줄어드는 편이다.

성인기 아토피 피부염은 소아기와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대개 손에 만성 습진형태로 나타나며 여성은 유두습진이 생길 수도 있다. 성인들의 경우 손 부분의 습진이 함께 나타나거나 눈 주위가 검어지고 주름이 생기며 백내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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