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중국발 자기계발서의 가능성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2014.03.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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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중국발 자기계발서의 가능성


물류업체인 문화유통북스가 발표한 ‘2013년 상반기 출판시장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 비해 2013년의 출고부수는 경제경영서적은 54.4%, 자기계발서는 21.2%나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서의 세부 분야에서는 성공과 리더십을 다룬 책들은 41%나 격감한 반면 인간관계나 삶의 자세를 다룬 책들은 미세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인문학서적은 49.6%나 늘어났다.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미국발 자기계발서의 몰락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테일하게 명령조로 “어떤 능력을 갖춰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이 피곤할 것”이라는 미국발 자기계발서의 협박에 독자들이 이제 피로감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임상실험의 예를 들면서 입론화를 시도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텐-텐-텐 인생이 달라지는 선택의 법칙’(수지 웰치, 북하우스)이나 ‘부자 오빠 부자 동생’(로버트 기요사키와 에미 기요사키 남매, 명진출판)처럼 이혼이나 해고당한 쓰라린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원칙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다.



실행 매뉴얼이 장점인 일본발 자기계발서는 근거가 미약한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력(力)’류의 책들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제공하는 미국발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며 변화구를 던지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려 했지만 일반화가 쉽지 않았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요즘 중국발 자기계발서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신(修身)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나를 지켜낸다는 것’(팡차오후이, 위즈덤하우스), 강인한 정신의 늑대, 처세술의 여우, 덕행의 인간 등의 장점을 두루 갖춰야 인생이라는 정글에서 결코 패배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늑대의 도, 여우의 도, 인간의 도’(궁페이쉬안, 쌤앤파커스), ‘오자서병법’에서 추출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 ‘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병법’(공원국, 위즈덤하우스) 등은 중국의 역사나 문학에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입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인화는 ‘스토리텔링 진화론’(해냄)에서 발터 벤야민의 견해를 빌려 스토리의 네 가지 속성을 제시했다. 먼 곳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스토리의 원방성(遠方性), 듣는 이에게 기억되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 스토리의 기억유도성, 오랜 시간 전달 내용의 생명력과 유용성을 유지하는 스토리의 장기지속성, 사건?사물과 함께 그것을 체험한 사람의 흔적을 전달하는 스토리의 화자성(話者性) 등이 그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이면서 ‘말하기’(telling)다. 말을 할 때는 듣는 이와 정서적 교감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팩트(fact)를 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넓고 깊은 중국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나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자기계발서는 공감의 폭이 크기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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