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착공한 응봉교 확장사업은 당초 2012년 5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부족과 기술문제가 얽히면서 몇 차례 연기 끝에 내년 7월로 완공시기가 늦춰졌다. 사업기간이 계획보다 2배로 늘면서 지역주민들을 비롯,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응봉교 조감도./자료=서울시
공공발주사업의 공사기간(이하 공기) 연장이 막대한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기가 늘어나는데 따른 사업비 증가는 물론 산술적으로 집계하기도 어려운 이용자의 불편까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공기는 공사비용과 직결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규모는 18조1369억원으로, 이중 공기연장으로 인해 2194억원의 돈이 새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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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시는 서울 지하철7호선 연장선 5~6공구 건설공사에서 지연된 공기로 발생한 67억원의 비용을 9개 시공업체에 지급하라는 법원 선고를 받았다.
그해 8월에는 1~4공구의 시공을 맡은 12개 건설기업가 21개월의 공기가 늘어난 데 대해 서울시를 상대로 한 141억원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소송은 보조참가한 부천시가 거부하면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공기연장에 따른 비용부담은 소송과 같은 소모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익감소로 여러움을 겪는 건설기업이 자구책으로 법에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사회적 부담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공공공사를 수주한 대부분 건설기업은 공기가 늘어나더라도 비용을 청구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절대 갑'인 발주기관의 눈치를 봐야 해서다. 한 번 밉보이면 해당 기관의 발주공사를 낙찰받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한 건설기업 관계자는 "발주기관의 문제로 공사가 늘어지더라도 공사비를 더 달라고 요구한다면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넘어가곤 한다"고 푸념했다.
◇발주기관 자율지침에 공기연장은 빠져
현행 국가·지방계약법상 공기연장이 발생하면 추가비용을 계약금액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 '계약기간을 연장한 경우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금액을 조정'(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하거나 '공기 연장으로 추가되는 비용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거 금액을 산출'(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하도록 한 것이 근거다.
하지만 대다수 발주기관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상 발주기관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을 제시해뒀는데 여기에 '공기연장 등 기타 계약내용 변경'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으로 가는 단초로 꼽힌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고 국토교통부도 수긍했지만 정작 열쇠를 쥔 기재부가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공사이행보증수수료 등은 언급하지 않고 간접비만을 따로 떼 문제삼는다"며 "관행적인 내용을 개선하려면 모든 상황을 꺼내놓고 패키지로 조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비용이 발생하면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도 예의주시하는 감사기관의 행태와 이를 의식한 발주기관이 예산을 핑계로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며 "관계법령을 제도화해야 불필요한 사회적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