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소재 불명확 분쟁조장
- 업계·공무원 상당수가 반대
- 주계약자 참여비율 높여야
그래픽=김다나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도입 1년을 맞아 성과를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 의욕에 용역을 줬지만 이 보고서는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보고서엔 중앙정부의 기대와 달리 건설업계는 상생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사분오열하고 지방 공무원들은 업계 아우성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실책임 불명확한 진흙탕 경쟁만 초래
가장 문제는 시공능력이 우수한 전문업체가 부족한 실정에서 억지로 부계약자인 전문업체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건설업체가 부족하다보니 부계약자를 선정하지 못한 종합건설업체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전문업체와도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결과 일부 전문업체는 공사 과정에서 손실이 날 것 같으면 시공을 거부하거나 손실보전을 요구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실제 업계와 지자체 공무원 상당수가 이 제도를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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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공무원 120명과 건설업계 종사자 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를 실시한 결과 공무원의 25.0%가 종합-전문업체간 갈등이 줄었다고 답한 반면 30.8%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공사관리 책임 확보 어려움에 관한 설문에도 공무원 61.6%, 업체 62.8%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공무원과 업체는 10.8%, 17.1%에 불과했다.
◇한국에만 유일 '규제 위한 규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방식을 유지할 경우 하자책임 구분이 불분명한 건축공사나 조경공사, 복합공사 등은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주계약자의 계획·관리·조정 기능을 최대한 살리도록 컨소시엄의 최소 참여비율을 50% 이상으로 명시, 공사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강운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제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책임소재가 분명한 공사 위주 또는 참여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주계약자가 공사방향을 제시하고 컨소시엄 내 구성원간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프로젝트의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프라임계약자(주계약자)는 입찰에서 컨소시엄 구성원과 함께 평가를 받는 영국의 프라임 계약방식(Prime Contractor)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프라임계약자는 건설과정에서도 총체적 책임을 지고 구성원 내 의견과 각각의 상황을 통합·조정해 공사 완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