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중국 지방부채, 얼마나 위험한가

머니투데이 정유신 한국벤처투자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2014.03.2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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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China Story]중국 지방부채, 얼마나 위험한가


올해 중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금융 (shadow banking)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최근 2~3년간 지방정부가 단기 그림자금융상품을 통해 자금조달을 많이 했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그림자금융을 너무 바짝 죄면 일부 지방정부는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자금조달은 잘 안되고 원리금 상환압박만 커지지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그림자금융상품 원리금상환이 안되니까 금융시장도 예금인출, 금리급등으로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소위 서로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단 얘기다. 아무튼 이쯤 되면 중국 지방부채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규모를 보자. 중국 심계서(審計署: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는 작년 말 지방정부부채 잔액이 18조 위안 (약 3,600조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10.7조 위안에서 약 70%나 대폭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돈 꿔서 무슨 사업을 했는지 모르지만 규모의 증가율이 연 23%로 경제성장률의 3배나 된다니까 모두들 걱정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다만 다음 두 가지측면에서 중국경제 전체가 문제가 될 거란 걱정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하나는 GDP대비 상대규모. 2013년까지 중국의 GDP대비 지방부채비율은 31.5%로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중앙정부 부채와 합쳐서보면 GDP대비 60% 미만으로 미국의 130%, 일본의 200%보다 훨씬 낮다.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이다.



또 하나는 부채가 급증했지만 꼭 갚아야 할 부채보다 우발채무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 원리금 상환의무가 있는 부채비중은 줄었고 대신 채무자가 지급불능에 빠졌을 때 담보책임 또는 구조상 일부 지불책임이 있는 부채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발채무자가 망하지 않고 상환하면 그만큼 부채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할 만한 요소도 있다. 첫째, 자금조달루트가 다양해진 것은 좋은데, 전체적으로 이자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의 변화를 보면 금리가 낮은 은행차입비중이 79%에서 56.6%로 크게 낮아진 반면, 신탁융자 등 그림자금융상품, 법인 또는 개인자금 같은 고금리성격의 차입금비중은 21%에서 43.4%로 대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금리보다 2배 이상 높은 8~10% 금리도 꽤 된다고 하니 그만큼 지방부채 위험부담이 높아졌단 얘기가 된다. 지역별로 보면 중부와 서부가 은행차입비중 50% 미만, 고금리차입비중이 50% 이상으로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둘째, 특히 현재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건 짧은 기간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만기별로 보면 금년 3.6조 위안, 내년 2.8조 위안으로 향후 2년간 6.4조 위안 (약 1,200조 8천억), 총부채의 35.4%의 상환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 부채로 벌인 사업들이 대부분 철도, 고속도로, 전기, 수도처럼 20년 이상의 장기 수익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단기조달, 장기투자의 미스매치구조다. 시장에선 지방정부의 채무상환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심계서 분석에 의하면 조사대상 36개의 성(省) 및 성급도시 중 3개 (8.3%), 391개 도시 중 99개 (25.3%)가 재정수입보다 부채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은 대부분 토지양도수입이다. 따라서 시장의 예상대로 중앙정부의 부동산규제까지 강화되면 일부 재정구조가 좋지 않은 지방정부는 상환부채 증가, 수입 감소로 진퇴양난이 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지방부채는 증가속도가 문제긴 하지만 상대규모는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금리차입 증가와 조달상환의 기간불일치 (mismatch)는 언제든 일부 지방정부의 디폴트 경고음 또는 금리급등과 같은 금융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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