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바라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의 대한항공 7성급 한옥호텔 프로젝트 부지. / 사진=이기범기자
2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3만6642㎡)를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호텔 등 숙박시설이 있는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숙박시설의 경우 '학교 주변 50m 이내'인 절대적 정화구역에는 절대 설치할 수 없고 50~200m 이내 '상대정화구역'에선 관할 교육청의 재량에 맡기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중부교육청이 호텔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대법원에서도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고교 인근에 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정부가 법을 바꿔가며 호텔을 짓도록 해주는 것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게 교육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정부는 학교 인근 관광호텔 건립 허가를 위해 이명박정권때인 2011년 6월부터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왔다. 개정법안 골자는 유흥시설과 사행행위장, 미풍양속을 해치는 부대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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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유해시설없는 관광호텔의 학교 주변 입주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투자활성화 청사진을 발표했고 정부는 또다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기업 특혜'라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역사문화 경관과 청소년의 학습권을 어떻게 규제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래 세대에 물려줄 것과 규제를 구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덕성여중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복합문화단지라고 주장하는 조감도를 보면 6층 여자중학교 건물 바로 옆에 4층 호텔이 들어선다"며 "교실에서 호텔 안이 내려다보이는 위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타종이나 운동회 등 소음이 발생하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대해 자제 요구가 들어오는 등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지구단위계획 변경권을 가지고 있는 종로구와 최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도 대한항공 사업지는 도심 명소와 연계되는 북촌의 거점공간으로서 공익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는 풍문여고 부지를 매입, 공예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경복궁-북촌-인사동-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문화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