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벤처창업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그런데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벤처창업 관련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부처와 그 산하기관 등은 요즘 벤처창업 1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벤처창업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올바른 지표가 무엇인지 몰라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무작정 수천억원 규모의 엔젤투자펀드를 조성해 많은 스타트업에 지원하기만 하면 목표한 창조경제가 실현됐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글로벌 창업을 강조하니까 외국에 많은 스타트업이 진출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지난달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며 밝힌 “창업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성공사례를 만들어서 세계적인 신화를 써”야지만 창조경제가 성공했다고 기록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혼란은 벤처창업의 목표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장밋빛 벤처창업 육성 정책만 발표됐지 이러한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된 게 전무하다.(그나마 창조경제는 소위 ‘474비전’(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4만불 국민소득)이라는 목표라도 제시되긴 했다)
이러다보니 벤처창업 관련 사업을 추진한 여러 정부부처와 그 산하기관 등은 제각기 다른 지표를 이용하여 주먹구구식 평가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창조경제 평가가 비창의적이 된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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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진한 벤처창업 관련 사업은 올해 안에 나온 성과만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벤처창업 관련 사업 평가에 있어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성과 측정이 해당 연도에 국한되는 매우 근시안적이라는 데 있다. 가령 올해 1억원을 벤처창업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면 올해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반드시 나타나야만 만족할만한 성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어떻게 당장 ‘대박’을 낼 수 있는가? 이는 벤처기업의 생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아무리 세상을 뒤집을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당장 매출을 일으키거나 수백억원에 대기업에 M&A되는 경우는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이다.
게다가 연말로 종료되는 정부의 성과 평가 시점에 딱 맞춰 스타트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것은 정말 세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스타트업의 성공률이 고작 10%도 안되고 또 성공하기까지 수년에서 10년까지도 걸린다는 게 널리 알려진 사실임에도 1년 단위로 벤처창업 성과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정부가 오히려 비창의적인 관료주의적인 방식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의 핵심을 “제2의 벤처 붐”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벤처창업 성공여부가 창조경제 실현에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벤처창업 목표가 오리무중이고 평가는 주먹구구식, 근시안적이어서 벤처창업이 공허한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