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주민투표 시작…'러 편입 찬성' 유력

머니투데이 최은혜 기자 2014.03.16 16:37
글자크기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16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전역에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강행된 이번 주민투표로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3시)부터 크림반도의 27개 지역구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작된 주민투표는 오후 8시(한국시간 17일 오전 3시)에 종료된다.



이번 주민투표의 유권자는 크림 자치공화국 전체 주민 200만 명 중 18세 이상에 해당하는 150만여 명이다.

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로 '특별시' 지위를 지닌 세바스토폴도 함께 투표를 치른다. 투표 문항은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타타르어로 제시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주민투표는 두 가지 문항 중 어느 한쪽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했다. 하나는 러시아에 통합되는 안이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자치국가로서 더 광범위하게 인정받는 것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 항목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채택했던 1992년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당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반대로 크림 의회는 자치권을 부여받는 선에서 그쳤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는 어느 쪽을 택하든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는 현재와 같은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번 투표의 최종 결과는 하루에서 이틀 정도 후에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크림반도는 전체 주민의 60%를 러시아계가 차지하고 있어 러시아로의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크림 주민 가운데 우크라이나계는 24%, 타타르계가 15% 정도다.

투표 결과가 확정되면 크림 자치당국은 곧바로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 의장은 3월 안에 귀속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하원은 오는 21일 크림 병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이번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투표 다음날인 17일부터 러시아 군인·고위공무원의 서구권 방문 금지와 서구 은행 자산동결 등이 포함된 제재에 들어갈 태세다.

또 한편으로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주민투표 결과를 비준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일부로 기능하는 동시에 법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소속으로 남는 어중간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끝내 크림반도를 합병하기로 결정하고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의 추가 협상 없이 투표 결과에 대해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서방 역시 이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은행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대해 경제적 불이익을 추가로 부과하는 동시에 러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인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 외교적으로 러시아를 따돌리기 위한 움직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본토 동부지역에서 투표 결과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나 무력 충돌이 일어날지 여부도 주시할 부분이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친러-반러 시위대의 잇따른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크림반도 바깥의 우크라이나 본토로 군사를 투입하는 등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 외신들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 30분쯤 러시아 공수부대원 약 40명은 헬기를 이용해 헤르손주 해안 마을 스트렐코보예에 공중 침투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작전에 4대의 헬기와 3대의 장갑차를 동원했다.

스트렐코보예 마을엔 아조프해 지역 생산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가스공급기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크림 자치정부로 이전된 우크라이나 에너지개발 국영기업 '체르노네프테가스'의 가스 공급 기지를 테러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군사 이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침투에 대항해 우크라이나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으며 낙하산 부대와 지상군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공보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의 헤르손주 침투를 군사침공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난했으며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다.

미국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충격적인 긴장 고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