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등 만화 전문 출판사 ‘빅3’가 일본의 인기 만화를 팔아 수익을 챙기면서 국내 작가들을 키우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서찬휘 만화칼럼리스트가 월간희망 만화 무크 ‘보고’ 창간호(휴머니스트)에 발표한 최근의 만화 베스트셀러 통계에 따르면, 이들 3사가 베스트셀러에 올린 책의 비율은 전체의 57.7%나 된다. 3사가 해당 기간 낸 베스트셀러는 모두 116권인데 이중 일본만화가 108권으로 93.1%나 차지하고 있다.
출판만화와 웹툰은 문법부터가 달라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출판만화가 선의 밀도가 높은 작화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는 반면, 웹툰은 잘 읽히는 스토리텔링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박기수 한양대 교수는 ‘보고’에 발표한 ‘웹툰, 가장 격렬해야할 스토리텔링의 장(場)’에서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뿐만 아니라 ‘말하기(telling)’도 텍스트 향유의 지배적인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웹툰을 출판만화로 바꾸려면 두 장르의 문법을 잘 아는 ‘번역가’가 개입해야할 만큼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웹툰을 있는 그대로 출판만화로 펴내 유일하게 성공한 웹툰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미생’이다. ‘미생’은 영상정보의 치명적 약점인 금방 본 것도 잊어버리는 정보의 알츠하이머(치매) 효과’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가독성과 조회수만 의식하다보면 독자의 뇌리에 각인되는 힘을 잃는다. 이 같은 명백한 사실을 자각하지 않으면 웹툰 자체의 생명력이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