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조작 논란 앞의 남재준 운명은?

뉴스1 제공 2014.03.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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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방패막 속 고비 마다 위기 돌파, 이번에도 할 수 있나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2013.12.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남재준 국가정보원장. 2013.12.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또 한 번의 큰 시련 앞에 봉착했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숱한 고비를 넘겨왔지만 이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논란은 이전 상황과 다르다.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남 원장의 튼튼한 방패막이가 돼온 박근혜 대통령조차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야권에서는 연일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 친이(친이명박), 소장파 의원들은 남 원장의 자진사퇴 없이는 사태수습이 어렵다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안팎으로 샌드위치인 신세다. 물론 여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판단하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위기 국면을 정면 돌파해온 남 원장의 거취가 이번에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보기관장을 맡은 남 원장은 취임 직후 부터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국정원 대선 개입 실체를 밝히고 입장을 밝히라"는 민주당 등 야당의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남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이명박 정부 원세훈 전 원장 시절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함녀서 자신을 향한 공세를 차단해왔다.

그러나 여야가 지난해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실시여부를 두고 다투는 와중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남 원장은 정치권 이슈 중심에 서게 된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여당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에서 제공한 8쪽 분량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국정원 보관본)을 단독 열람했고, 열람한 대화록 속 노 전 대통령 발언의 발언을 두고 여야의 공방은 격해졌다.


그러자 국정원은 같은 달 24일 남 원장의 재가를 얻어 비밀 생산·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전격 공개했다.

정국은 '대화록 블랙홀'에 급속도로 빨려 들어갔고 야권은 '남재준 파면'으로 총공세를 폈다.

7월이 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실시됐고, 이후 여야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원본을 열어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 열람을 시도했던 여야는 기록원에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정국은 국정원 개혁과 사초(史草)증발이라는 대형이슈에 맞닥뜨리면서 국민의 시선은 크게 분산됐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남재준 원장의 '대화록 셀프공개'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거세지는 국정원 개혁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 자체개혁안을 낸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 보자며 남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8월 터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국정원이 가진 대공수사권을 검찰로 이관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희석하기도 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북한을 위해 공공기관 폭파까지 모의한 전모가 국정원에 의해 발표되자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종북 논란도 확산됐으며 국회를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제대로 '한 건'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같은해 10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특별수사팀장)의 '수사압력 폭로'와 수사팀 교체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온라인 활동이 터지고 국정원에선 댓글뿐만 아니라 5만여 건의 트위터 활동까지 한 것이 드러나면서 남 원장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다.

이 같은 위기는 뒤이어 국정원이 북한 장성택 처형에 대한 발빠른 정보보고와 대북 정보력의 필요성을 인정받으면서 또다시 잠잠해 진다.

△전 정권에 있었던 대선개입 의혹 논란 △NLL대화록 공방 △대공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 개혁 △이석기 사태 △장성택 처형 등 갖가지 사안들의 중심에 국정원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보호막을 치고 있는 입장에서 남 원장에게 직격탄을 맞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이번에 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논란의 경우 간첩사건의 진위여부를 떠나 국가정보기관이 특정 개인에게 혐의를 덮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 검찰에 제출했고 이를 믿은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등 '정보·수사기관'의 공신력과 명예를 실추했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그간 꿈쩍하지 않던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재오·김용태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 소장파를 중심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1일 "남 원장이 증거조작에 연루됐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정원 조직이 잘못된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정보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렸으니 책임을 지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의 중요 축 중의 하나로 국정원과 안보세력을 상정하는 듯해 사퇴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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