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면 바보'가 돼버린 전·월세시장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03.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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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의 리얼톡(Realtalk)]정부 전·월세대책에 성실 납세자 허탈, 조세 불감증만 키워

'세금 내면 바보'가 돼버린 전·월세시장


 "'세금 내면 바보'라든지 '월급쟁이만 봉'이란 말이 진실인양 통용되는 불편한 현실을 반드시 개선하겠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8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 성실 납세자들을 치사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소수이긴 하지만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성실하게 납부해온 임대사업자들은 말 그대로 '바보'가 됐다. 정부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3·5 집주인대책'(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을 들고 나와서다.



 정부는 2주택 이하,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해 앞으로 2년간 비과세하고 이후부터는 분리과세를 적용해 세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더 나아가 '세정상 배려'라며 과거 탈루·탈세조차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과세자료로 활용한다던 세입자의 보증금 확정일자와 월세 소득공제 자료도 3주택 이상 보유자 등 일부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보유자에 한해서만 단순 '신고안내'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2·26 세입자대책'(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후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전·월세시장이 혼란을 빚자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현 부총리는 또 다시 허언을 한 셈이 됐다.

 과세 유예 및 세금경감 대상을 2주택 이하,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임대사업자로 제한했지만 그동안 법을 지키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온 선량한 납세자들은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지켜서 손해를 본 '바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오랫동안 '조세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주택임대시장을 바로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 상황에 따라 원칙을 깨고 불법에 눈감으며 성실 납세자를 '바보'로 만든다면 조세 불감증만 키울 수 있다.


 또 그렇게 급조된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리 만무하다. 정부 대책 발표이후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불안은 가중되고 과세 형평성 논란만 증폭되고 있어 향후 국회 문턱이나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 부총리는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세금 잘 낸 개인과 기업이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가 가장 강력한 납세 인센티브"라고 강조했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지금같은 주먹구구식 전·월세시장 통계와 임대사업자 제도로는 국민이 공감하는 조세체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서민주거안정 대책도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주택임대시장에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을 통해 정확한 전·월세시장 통계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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