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혜택보려고 신고?…너무 모르는 '정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03.0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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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전·월세대책 보완조치]집주인 세금 시뮬레이션 해보니…"차라리 신고안한다"

그래픽=강기영그래픽=강기영


 정부가 '2·26 전·월세대책'의 보완조치로 은퇴자 등 소규모 집주인들의 세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월세 세입자들의 소득공제를 강화하면서 집주인의 세금노출이 가시화된 데 따른 보완책이다.

 하지만 현재 집주인들 대부분 임대소득세를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인 상황에서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보다 지금처럼 아예 내지 않는 게 훨씬 큰 이익이어서다. 오히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편법만 난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작 '5만원' 이득보려고 세금 납부하라고?

 5일 백원일 세무사에 따르면 2주택 보유자가 1주택을 임대해 연간 1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경우 현행법상 납부할 소득세는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해 12만3420원이다.



 필요경비율을 45.3%, 본인과 배우자 인적공제 등 소득공제 360만원을 가정한 경우다. 여기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세액공제(7만원)을 적용하면 5만3420원만 내면된다.

 만일 정부의 보완조치로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14%)와 필요경비율(60%)을 적용할 경우엔 납부할 세금이 없다. 결국 5만원 가량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혜택 기준인 연간 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경우엔 현행 48만4400원(6% 세율 적용)에서 61만6000원(분리과세로 14% 세율 적용)으로 오히려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이번 보완조치에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 납부할 수 있게 했다.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엔 혜택이 크다. 연봉 5000만원 근로소득자가 연 1000만원의 임대소득을 함께 신고하는 경우(소득공제 1000만원 가정), 90만2550원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데 바뀐 제도를 이용하면 66원만 내면 된다. 23만7450원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임대소득이 2000만원인 경우엔 180만5100원에서 123만2000원으로 57만3100원이 줄어든다.

 근로소득없이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은퇴자 대부분은 소득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인정돼 해마다 인적공제도 받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혜택이 많음에도 등록하지 않는 이유다.

 백원일 세무사는 "임대소득은 종합소득에 포함돼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지만 지금까지는 국세청에 자진 신고한 경우에만 부과됐다"며 "신고소득이 없어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고령층 임대소득자들이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탈세·탈루 '편법'만 난무해질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입자를 가려서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 것이란 우려가 있다. 소득공제가 필요없는 학생이나 사업자, 외국인 등을 월세 세입자로 선호할 것이란 의견이다. 현행 제도상 소득공제를 받지 않으면 세원노출도 안되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본로 D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대부분 업무용으로 등록해 이미 부가세 환급을 받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가려받는 현실"이라며 "아파트나 원룸 등도 앞으론 오피스텔처럼 세입자를 가려받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보증금을 없애고 순수월세로 바꾸려는 경향도 두드러질 것이란 예측이다. 보증금이 없으면 세입자가 굳이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 혜택 기준인 월세 소득 '2000만원 이하'를 맞추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동작구 상도로 H공인 대표는 "세금때문에 보증금을 없애고 월세만 받으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법 개정을 지켜본 뒤 전세보증금을 조정해 월세를 2000만원에 맞추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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