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모 화장품?…한방 화장품의 변신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이해진 인턴 기자 2014.03.14 06:10
글자크기

[Tech&디자인]<8>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디자인랩

전지현이 모델인 아모레퍼시픽 한율 화보/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전지현이 모델인 아모레퍼시픽 한율 화보/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엄마 화장품, 이모 화장품 이미지 벗기 위해…"

종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12층 아모레퍼시픽 (184,800원 ▲5,100 +2.84%) 브랜드&디자인 랩(ABDL)에서 만난 이은정 디자인 1팀 팀장은 지난 1년 2개월 동안 한율 브랜드 리프레임 프로젝트를 총괄해왔다.

ABDL은 2013년 기존 아모레퍼시픽 디자인센터를 개편해 만든 디자인 연구소로 아모레퍼시픽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준식 상무를 영입하며 디자인에 보다 많은 독립성을 부여하고자 출범시킨 조직이다.



총 140여명의 디자이너가 이니스프리 디자인팀, 에뛰드 디자인 팀 등 7개 디자인 팀에서 근무하며 제품의 성격별로 한율, 설화수, 헤라, 마몽드 등 34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디자인과 브랜딩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이은정 팀장이 이끄는 디자인 1팀은 한율, 려, 일리, 송염, 아리따움을 맡고 있다.

기존 한방화장품 이미지에서 탈피한, 모든 연령층에게 매력적인 브랜드 디자인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팀원들을 이끌고 경기도, 강원도, 제주도, 강화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국 고유의 원료로 아름다움의 율려상태(균형)를 찾아준다는 한율의 브랜드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이 팀장과 팀원들은 아모레퍼시픽 (184,800원 ▲5,100 +2.84%)이 화장품의 원료를 얻는 여주의 홍쌀 재배지, 영월의 서리태 재배지, 한라산의 백화고 농장, 강원도의 흰감국 농원, 강화도의 쑥밭 등에 가 직접 보고 맡고 만지고 원료가 다듬어지는 과정을 관찰하며 원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뷰티 디자인은 사람들의 감성과 감정을 터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촉감이 되었든 컬러가 되었든 디자인은 제품 사용 전인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죠. 때문에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 할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1일 출시된 한율의 리프레임 작업은 ABDL에서 진행한 첫번째 프로젝트다. 로고 디자인, 제품 용기 디자인, 매장 공간 디자인 등을 개별 디자인 파트가 순차적으로 작업하는 대신 모든 파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작업하는 새로운 디자인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이 팀장은 "한율 리프레임은 과거 프로세스와 달리 브랜딩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단순히 제품이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데서 나아가 한율이라는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할지, 어떤 아이덴티티를 설정해야 할 지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함께 고민했다"고 밝혔다.

한율 리프레임은 전래민방(Korean medicine), 에이지리스(Ageless),글로벌(Global)이라는 세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팀장은 "한율의 디자인 콘셉트는 코리안 메디슨, 에이지리스, 글로벌"이라며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한방 화장품의 기존 콘셉트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모든 연령에 또 전 세계에 알리자는 게 이번 리프레임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리프레임 된 한율 진액 스킨/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리프레임 된 한율 진액 스킨/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전래민방이라는 특성이 강조된 로고를 디자인하기 위해 이 팀장과 팀원들은 묵과 벼루를 이용해 캘리그라피 작업을 했다. 이 팀장은 "컴퓨터로 작업해오던 디자이너들이 한지와 먹 등 문방사우로 직접 서예를 했다"며 "한순간 디자인실이 서당으로 변했었다"고 말했다.

여러 시도 끝에 로고는 수평과 수직의 형태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선정됐다. 흘림체의 기존 한율 로고와 달리 수평과 수직으로 각이 살아 있다. 이 팀장은 "훈민정음과 창살 등을 보면 수평과 수직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며 "수평과 수직을 강조한 로고를 통해 한국적인 미와 정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품 용기는 박물관을 견학하며 발견한 조선시대 약효(약 그릇)의 모양에서 착용했다. 과거에 약을 보관하거나 그 양을 측량하던 도구로 사용했던 약효들은 주둥이 부분이 사선으로 처리돼있다. 이 팀장은 위에서 아래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사선형태의 주둥이가 한국 도자기만의 특성이라는 데 착안해 약효의 모양을 본떠 용기의 형태를 디자인했다.

용기의 색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팀장은 홍쌀(진액 스킨), 백화고 버섯(아이크림), 흰감국 국화(미백크림), 서리태 콩(탄력수면팩) 등 화장품 원료의 색에 가장 가까운 컬러로 용기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이를 위해 그는 디자이너들과 원료 하나 당 5가지 씩 컬러 팔레트를 만들어 원료의 색과 대조해가며 컬러를 뽑아냈다. 색의 이름에 대해 묻자 이 팀장은 "한율 서리태 보라, 한율 흰감국 화이트? (웃음)"라고 답했다.

한편 듀얼 페이스 디자인은 글로벌에 주안점을 두었다. 두 얼굴이라는 뜻의 듀얼 페이스 디자인은 용기의 한쪽 면에는 한글 로고를 다른 쪽에는 영문 로고를 배치했다. 특히 제품명을 원료+베네핏의 형태로 지어 외국인들이 제품의 원료와 기능에 대해 알기 쉽도록 했다. 예를 들어 서리태 탄력수면팩, 백화고 아이크림 등이다. 과거 고결 미백, 고결 진액 등의 제품명은 외국인이 그 뜻을 바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 팀장은 "과거에는 영문 로고가 한글 로고 옆에 표기돼 마치 영문자표기와 같이 부수적인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듀얼 페이스 디자인을 통해 영문 로고의 독립성을 살림으로써 글로벌 시장에 적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고유 재료 + 전통 처방 형식의 제품 네이밍을 통해 외국인들도 한율 브랜드의 원료와 기능에 대해 알기 쉽도록 했다.

'이모 화장품, 엄마 화장품' 이미지에서 탈피해 모든 연령층에게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난 한율 브랜드는 지난 3월1일 출시 이후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팀장은 "한국의 대표 뷰티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ABDL 디자이너로서 동참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디자이너들이 브랜딩에 깊숙이 관여한 첫 사례인 한율 리프레임이 그 초석을 단단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한율 리프레임 디자인을 담당한AMOREPACIFIC BRAND&DESIGN LAB 디자인1팀의 이혜진 사원, 이지민 과장, 이은정 팀장, 이오경 과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왼쪽부터 한율 리프레임 디자인을 담당한AMOREPACIFIC BRAND&DESIGN LAB 디자인1팀의 이혜진 사원, 이지민 과장, 이은정 팀장, 이오경 과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