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동생 선물에 北오빠 "너희가 아무리 잘 산다해도…"

뉴스1 제공 2014.02.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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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2차상봉… "다 드려도 부족한데" 동생은 오열

(금강산공동취재단=뉴스1) 서재준 기자 = 설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2차 상봉에서는 북측 상봉단이 우리측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에 '역정'을 내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북측 오빠 전영의씨(84)를 만난 여동생 김경숙씨(81)는 미리 준비해 온 옷선물을 하나하나 꺼내며 오빠에게 "살아계실때 이것도 저것도 다 입어보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숙씨가 준비한 선물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영의씨는 돌연 "너희가 아무리 잘 산다고 해도 이게 뭐냐!"며 경숙씨를 야단쳤다.

보다 못한 영의씨의 북측 아들이 "아버지 그만하시라요"라고 말려도 영의씨는 화를 풀지 못했다.



경숙씨는 갑작스런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우리가 오빠를 한번만 만나보려고 기다려왔다"며 "우리가 가진 것 다 드려도 부족한데…"라며 끝내 오열했다.

경숙씨는 개별상봉이 끝나고 오빠가 방에서 나간뒤 취재진에 "(오빠가)그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현실이, 우리가 헤어진 시간, 이 현실이 서럽고 비참하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간신히 눈물을 멈춘 경숙씨는 정오께 진행된 공동중식에 들어서는 영의씨의 모습을 보자마자 다시 품에 안겨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2014 설 계기 2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상봉단이 공동중식을 즐기고 있다. 2014.2.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2014 설 계기 2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상봉단이 공동중식을 즐기고 있다. 2014.2.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2차 상봉의 유일한 부녀 상봉인 북측 남궁렬씨(87)와 우리측 남궁봉자씨(61)는 첫날 서먹했던 모습이 완연히 풀린 듯 보였다.

봉자씨는 밝은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사이다를 따라주고 케익도 잘라주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남궁렬씨와 함께 나온 북측 아들 성철씨(57)도 개별상봉에서 봉자씨에 '누님, 누님'이라 부르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한다.

봉자씨는 "아버지도 작년 상봉이 무산된 후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셨다고 하더라"며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드셔서 쇠약해지셨다고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 우리측 가족은 취재진에 "지난해 9월 상봉을 사흘 앞두고 무산됐을때도 북측 상봉단과 가족들은 금강산에 다녀갔다고 하더라"며 "우리측에서 상봉 무산 사실을 알았을 시점에도 북측 가족들은 이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양측 가족들은 이날 예정된 세차례의 상봉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1차 상봉 당시 우리측 상봉단 일부에서 건강 이상으로 귀환한 인원일 발생했던 것에 비해, 이번 상봉에서는 양측 가족들 모두 양호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가족들은 이날 공동중식에 이어 오후 4시 2차 단체상봉을 통해 우리측이 제공한 간식을 나눠먹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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