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귀화·태권도 선수父 자살···'파벌' 왜 생기나?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민우 기자 2014.02.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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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안현수 후폭풍'①] 추성훈 "실력으로 넘을 수 없는 무언가 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29·빅토르 안·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청와대 제공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29·빅토르 안·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을 주문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빙상경기연맹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을 밝히면서 파벌, 편파판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체육계의 이 같은 문제가 새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파벌 문제 등으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며 러시아에 금메달을 선사하면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안현수는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직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에는 안현수를 러시아로 내몬 체육계 병폐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16일 오전 한때 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는 접속이 중단되기도 했다.



파벌과 그에 따른 편파판정 문제는 비단 빙상계 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권도계에서는 지난해 5월 한 선수의 아버지가 심판의 편파판정에 항의하며 유서를 쓰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경기에서 아들 A모군은 경기종료 50초를 남기고 5대 1로 앞서고 있었지만 연속으로 경고 7개를 받으며 역전패했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문대성 의원은 "한 분의 자살로 인해서 (편파판정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과거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계속해서 있었다"며 "코치와 학부모들은 선수가 괘씸죄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심판들에게 술을 사거나 로비를 한다"고 폭로했다.


재일동포 4세 추성훈은 유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결국 추성훈은 일본으로 귀화, 2002년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추성훈은 2008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실력으로 넘을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추성훈과 같은 재일동포 유도선수 윤동식은 "용인대 선수와 판정까지 가면 항상 패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추성훈은 일본으로 귀화를 선택했고 윤동식은 유도를 포기했다.

축구도 한때 마찬가지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전에는 고려대냐 연세대냐를 따져 국가대표를 선발해왔다. 이 파벌주의를 깨고 실력위주의 선발을 한 결과,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탄생하고 '월드컵 4강' 신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같은 파벌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엘리트 체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과 감시 체계의 소홀을 지적했다.

김학덕 동의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선수 육성 방향에서 엘리트 스포츠와 함께 생활체육 저변의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는 엘리트 선수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트 스포츠의 편중이 결국 스포츠계의 폐쇄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또 김 교수는 "연맹에서 각종 위원회를 구성할 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활동반경은 자문위원에 그쳐있다"며 "위원회 구성원이 해당 종목 전문가로 편중되다보니 감시 자체가 느슨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각 위원회에 페다고지(교육학) 전문가, 스포츠 심리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할 때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감시 뿐 아니라 육성방향, 더불어 이를 뒷받침해주는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 등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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