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원 노출·세부담 우려 집주인 반대 거세
- 세입자, 재계약 등 분쟁날라 신청 어려워
- 사업등록 의무화·파격적인 세제개편 시급
정부가 2009년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월세 소득공제제도'가 겉돌고 있다. 월세 소득공제에 따른 세원 노출과 세부담을 우려하는 집주인들의 반대가 심해서다.
◇소득공제 가능한 월세가구 310만…현실은 3% 그쳐
12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월세 소득공제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 무주택세대주로 85㎡ 이하 주택에 월세로 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반드시 계약서 주소지와 주민등록등본 주소가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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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방법은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시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현금영수증, 계좌이체영수증 등 월세액 증빙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월세 소득공제율은 50%, 소득공제 한도는 300만원까지다. 내년부터는 소득공제율과 소득공제 한도가 각각 60%, 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월세 소득공제 신청은 이처럼 간단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집주인의 반대다. 세입자가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자동으로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노출되는 구조여서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불가피하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주인 동의없이 소득공제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도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어떤 간 큰 세입자가 몰래 하겠냐"며 "그랬다간 재계약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잔여계약기간에 따라선 이사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한 세입자가 9만3470명, 신청금액이 1069억원에 그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같은해 월세 소득공제 신청이 가능한 총급여 5000만원 미만의 전국 월세가구는 총 309만9949가구, 이들이 연간 지급한 월세액은 8조2800억원에 달했다. 월세가구의 3%만 소득공제를 신청한 셈이다.
그래픽=강기영
전문가들은 정부의 월세 소득공제제도 등 서민주거안정 대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소득에 대한 세제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등록 의무화로 민간 임대사업자들을 양성화하되 이에 따른 집주인의 조세저항과 세부담 세입자 전가 등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식의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째인 최근까지 등록 실적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2012년 기준 등록 민간 임대사업자(건축법허가자+개인 매입임대사업자)는 5만4137명으로 전체 다주택자(136만5000명)의 4%가 채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주택임대시장 정보수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과적인 대책마련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월세 소득공제 등 서민주거안정 대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전·월세시장의 음성화된 관행들 때문"이라며 "서민주거안정과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소득 분리과세 등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