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월세 11.7조 버는 집주인들 소득세는 '…'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02.0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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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가 꿈인 나라]<4>세입자 稅혜택 막는 월세시장 탈루·탈세 만연


- 국내 총 378만가구 집계…실제 과세대상 파악안돼
- 다주택자 자진신고 안해…세입자는 稅혜택 못받아


연간 월세 11.7조 버는 집주인들 소득세는 '…'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인근 다세대주택에 보증금 없이 월 70만원에 세들어 살고 있다. 김씨는 얼마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낼 테니 월세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가 낭패를 봤다. 세입자가 보증금에 대한 확정일자를 받을 경우 자칫 세원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집주인이 "다른 곳을 찾아보라"며 엄포를 놓은 것.



 집주인은 보증금 없는 월세로 다세대주택을 운영해 매달 300만원 가까운 임대소득을 얻지만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은 물론 종합소득세 신고도 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월세 부담 좀 덜려다가 쫓겨날 뻔했다"며 "월세 소득공제도 못받게 하고 보증부 월세 전환도 거부하는 게 모두 세금 때문이라는데 정말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부실한 민간 임대사업자 관리로 전·월세시장이 '조세 사각지대'에 머물면서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시장 중에서도 탈세·탈루가 심한 곳은 월세시장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주거 약자 계층인 월세 세입자들의 고충도 더하다. 대부분 월세 세입자가 법적 권리인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음성화된 조세 현실에서 비롯된 부작용 중 하나다. 과연 우리나라 월세시장 규모와 조세현실은 어떨까.

연간 월세 11.7조 버는 집주인들 소득세는 '…'
 ◇월세 378만가구…연간 임대료 11조7000억원 넘어

 7일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월세가구는 보증부 월세 329만8551가구, 보증금 없는 일반 월세 48만1194가구 등 총 377만9745가구(사글세 제외)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주택수의 21%가 넘는 규모다.


 월세가구의 월평균 임대료는 보증부 월세가 25만600원, 일반 월세가 31만9900원으로 전체 평균은 25만9422원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국내 전체 월세가구의 연간 임대료 지출액은 무려 11조7666억원이 넘는다. 이는 집주인들의 연간 월세수익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의 연간 월세수익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국토부의 주택실태조사 자료는 설문에 의한 것으로, 월평균 임대료가 시장가격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부동산114가 2010년 10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진행된 국토부의 보증부 월세 실거래 자료 3만5983건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보증부 월세의 월평균 임대료는 82만원 정도였다.

 반면 국토부 자료에는 서울시내 보증부 월세의 월평균 임대료가 31만4200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에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조사시점과 주택유형이 달라 임대료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거래 추이를 보면 실제 임대료는 국토부 자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조7000억원 버는 집주인들 월세 소득세는 깜깜이?

 현행법상 2주택 이상 보유자가 1주택 이상을 월세로 임대하는 경우 모두 과세대상이다. 다만 1주택자라 하더라도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월세로 세놓을 경우 과세대상이 된다. 연간 월세소득을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6~38%다.

 국토부 자료로 추산한 집주인들의 연간 월세소득만으로도 최저 7060억원에서 최고 4조4713억원(공제액 불포함)의 소득세를 걷을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월세소득과 관련해 실제 과세대상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월세를 놓는 다주택자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아서다. 다만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즉 잠재적 과세대상자는 136만5000명에 달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과세표준이 되는 연간 임대소득 규모나 실제 세금 징수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종합소득세로 뭉뚱그려 산출, 발표할 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임대소득 항목은 있지만 종합소득세로 신고되기 때문에 별도로 자료를 산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세 소득공제나 임대사업자 등록 실태 등을 감안하면 월세를 놓은 다주택자 대부분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기준 월세 소득공제를 받은 세입자는 9만4370명으로 전체 월세가구의 2.5%에 불과하다. 민간 임대사업자(건축법허가자+개인 매입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은 약 35가구로 전체 임대주택의 6%가 채 안 된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소득이 노출되면 세금부담에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까지 물어야 하는데 어느 집주인이 자진해서 월세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겠냐"며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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