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알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갈팡질팡'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4.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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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대기업' 입찰 여부 결정 못해..계약기간 끝났지만 입찰공고도 못내

-입찰 지연으로 기존 운영자와 3개월 연장계약
-경제민주화 논리가 입찰 진행 걸림돌
-김해공항 듀프리 전철 등 대기업 역차별 우려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소공동 본점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면세점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소공동 본점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면세점


제주국제공항 내 노른자위로 꼽히는 출국장 면세점의 새 운영자 선정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이미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국내 대기업 입찰을 막아 세계 굴지의 외국계 기업이 운영권을 가져간 상황에서 또다시 한국공항공사가 국내 대기업 입찰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어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4년간 롯데면세점이 운영해 온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계약기간이 이날로 끝났지만 새 운영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조차 나지 않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기존 운영자인 롯데면세점과 오는 4월19일까지 3개월간 단기 연장 계약을 맺으며 시간만 벌려는 모습이다.

◇내달에나 입찰공고…"대기업 제한" 놓고 갈팡질팡=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은 409㎡(124평) 규모로 여객청사 국제선 3층에 있다. 다른 면세점과 달리 화장품과 주류·담배 등을 모두 팔 수 있는 단일매장이다.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 정도로 임대료 대비 수익성이 좋은 알짜 매장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입찰공고를 내고 새 운영자 선정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대기업 입찰자격을 놓고 한국공항공사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2개월 이상 입찰공고조차 내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운영기획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가 끝나지 않아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달초에나 입찰 공고를 낼 수 있다"며 "빠르면 2월말에나 공개입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항 내 면세점 입찰은 관세청의 특허 공고와 한국공항공사의 입찰공고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도 이번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늦어지는 것은 공항공사가 '대기업' 입찰 참여여부를 놓고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은 이미 지난해 말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에 "대기업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면세점 면적이 작아 매장을 쪼개 입찰을 할 수 없는데다 지난해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이미 관세청이 정한 비율(20%)을 넘어서 이번 입찰에서 굳이 대기업 참여를 막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보며 대기업 입찰 허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이번에 대기업 입찰을 막는다면 더 큰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해 10월 대기업 입찰 참여를 제한했던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이 세계 2위 면세점 업체인 외국계 기업 듀프리의 자회사(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에 넘어간 전례가 그대로 답습될 수 있어서다. 당시 듀프리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한국에 자회사를 세워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입찰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권을 거머줬다. 만약 한국공항공사가 이번 입찰에서 또다시 국내 대기업 참여를 막으면 또다시 제2의 듀프리 사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제주공항 '알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갈팡질팡'
◇돈되는 알짜 사업장…업계 관심 집중=유통업계가 이번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국제공항 단일 면세점인데다 면적도 작아 대기업을 막을 어떤 법적 명분도 없다"며 "분명한 한국 대기업의 역차별을 공항공사가 이번에도 또 시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B업체 관계자는 "김해국제공항에서 대기업 입찰을 제한했다가 외국계 대기업에 운영권을 넘겨주는 부작용을 이미 경험했다"며 "골목상권과 상관없는 면세점에까지 대기업을 배제시킨다면 글로벌 면세점 시장에서 한국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은 한 단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은 매년 외국인 관광객이 수십만명꼴로 증가하는 성장성이 높은 면세점으로 꼽힌다. 실제 이곳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57만명에서 지난해 181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출국장 면세점 매출도 2011년 265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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