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정체 원인과 향후 전망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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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위아래가 갇힌 채 시장이 움직인 지도 수년이 흐르고 있다. 추세(Trend)라는 것은 원래 상승과 하락만이 존재하는 것이니 우리나라 지수도 마냥 옆으로 흐르지는 못할 것이다.

이쯤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왜 장기 정체 상태에 있는지, 이를 벗어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 있는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 주식시장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목적은 간단하다. 자본차익(capital gain)과 배당수익(dividend income)을 얻기 위해서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CAPEX 투자를 통해 성장해 왔고 이를 통해 자본차익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기업들은 총자산의 9%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투하자본수익률(ROIC)로 대변되는 자본투자의 수익성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최근 배당수익률이 1% 초반에 머물고 있음에서 나타나듯 기업들은 배당에도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래서는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기 힘들다.

둘째, 기업실적의 성장과 배분의 문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돼있는 기업의 총이익은 2010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업이익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 특정 기업들에게 쏠리는 성과도 과거만큼 국내에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해외고용과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활동, 그리고 대외경기 회복을 통해 수출은 회복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소비와 투자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률 회복도 더디고 산업간 차별화도 심해지고 있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시장은 대외경기에 민감한 구조를 가진 동시에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다.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소버린사태 이후 해마다 신용경색 위기가 모습을 달리해 반복돼왔고, 때마다 한국시장은 글로벌 기관들이 유동성(liquidity)을 확보하는 대상으로 활용돼왔다. 1년에 한두번 꼴로 매도 물량이 집중되며 시장충격을 유발했고 이에 따라 시장이 추세를 잡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국시장의 장기 침체 원인을 분석해 보면 침체를 벗어나 추세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시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한국의 수출 및 기업이익의 턴어라운드다. 한국주식의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내구소비재나 일부 소재 및 자본재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경기회복 초기의 '머스트해브(must-have)아이템'이다.

하반기에 있었던 외국인의 대량 매수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3분기 기업실적 결과에서 보듯 기대감에 비해 이를 증명할 만한 결과물은 다소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위험이 상당히 가라앉은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핵심지역인 유럽의 은행동맹 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내년에는 위기의 반복과 대규모 자금인출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배당 확대나 이익 배분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수출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 현상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대보다 천천히 또한 제한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히 추세 복귀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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