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12월 동시만기의 마법, 올해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3.1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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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선물옵션 동시만기 '매수 우위' 우세하나 잡음 가득... "너무 큰 기대는 말아야"

"예전에는 외국인이 2000억원 파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 본부장은 "다음 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환율, 4분기 실적 불안감이 겹치며 주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부진하다"며 "거래량이 적은 상태에서 외국인이 조금만 주식을 팔아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연일 3조원대 초반에 머물며 외국인이나 기관이 주식을 파는 날이면 어김없이 지수가 밀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동시만기를 하루 앞둔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5.48포인트(0.78%) 내린 1977.97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2151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연기금(737억원)과 투신(513억원)이 순매수로 맞섰지만 코스피를 상승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내일의전략]12월 동시만기의 마법, 올해는


◇부진한 코스피, 매수 주체가 없다=12월 들어 시장이 꾸준히 하락하자 펀드매니저들도 영 힘이 없다. 지난 10월까지 이어진 강세장에서 벌어놓은 수익을 연말에 다 까먹을 수도 있어 표정이 좋지 않다.

삼성자산운용 한 본부장은 "과거에는 12월이면 배당 수익을 노린 매수세가 일부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낮아졌고 우정사업본부 등이 차익거래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며 12월 매수 파워가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거래량 부진을 지적했다. 일본 엔화 가치 하락,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 중국 경제지표 등 다양한 잡음이 섞이며 지수가 힘없이 내려가고 있다는 것.

이 부사장은 "수급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매도가 나오면 지수는 속절없이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장이 좋지 않으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실적과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며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조선, 철강, 화학까지 일제히 밀렸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날은 골드만삭스 창구에서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현대차 (241,000원 ▼8,000 -3.21%)의 대량 매물이 출회됐다. 삼성전자는 2만8907주 팔렸고 현대차는 16만1529주 매도됐다.


정두선 현대자산운용 이사는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 코스피 지수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FOMC를 앞두고 다들 몸을 사리는 가운데 1960선을 저지선으로 장이 소폭 더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12월 연말의 최대 매수세력인 국민연금의 자금 집행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수급 부진의 이유로 거론됐다. 국민연금은 원래 12월쯤 중소형주 위탁운용사를 선정, 자금을 집행해왔으나 올해는 기금운용본부장 인사로 이 시기가 한 달쯤 미뤄졌다는 얘기다. 연기금의 자금 집행이 미뤄지면서 국내 세력의 매수세가 더 취약해진 셈이다.

◇12월 만기, "노도와 같은 순매수 없을 것"=지난 5년간 12월 만기는 프로그램 매수가 우위를 보였지만 올해는 강한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건은 연말 배당이다. 1%가 아쉬운 기관들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배당이지만 일단 기관들이 펀드 환매 등으로 돈이 없는 상태다. 코스피200 지수의 배당금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배당금 증액과 증권사를 비롯한 3월 결산법인의 결산월 변경 효과로 일부 배당이 늘어날 거란 예상과 KT (34,500원 ▼100 -0.29%)의 배당금 감소, 주요 기업들의 이익 감소로 인해 배당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머징 마켓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며 "만기일에 프로그램이 매수 우위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만 매수 규모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주 외국인은 공격적으로 선물을 매도하며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떨어뜨려 놓았다. 아무리 배당 매력이 커도 베이시스가 받쳐주지 못하면 동시만기 매수 유입 기대는 힘든 상황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작년에는 12월 한달 동안에만 5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됐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작년에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올해는 반대로 축소가 예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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