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팹리스반도체의 역성장…그 원인은?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13.12.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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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반도체 회사들이 특정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더라도 해당시장의 규모적인 한계로 정체하거나 퇴보합니다. 해당분야가 커질 경우에는 대기업이 진입해 잠식하고요."

최근 만난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우리나라는 여러 모로 팹리스 사업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팹리스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 퀄컴이 대표적이다.



팹리스 회사들은 한 때 우리나라에서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쳐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첨병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팹리스 회사들의 실적은 역성장하고 있다.

실리콘웍스 (73,800원 ▼500 -0.67%) 등 코스닥에 상장된 10개 팹리스 회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절반이 넘는 6곳이 전년동기대비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규모가 늘었다. 총 매출액도 전년동기대비 16.9% 감소한 2448억원에 그쳤다.



국내 팹리스 회사들은 한 가지 반도체 분야에 집중한 결과, 상위 몇몇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단일 반도체 제품군 및 한정된 거래처 등으로 성장한계에 부딪히면서 오랜 기간 실적이 정체하거나 심지어 역성장하고 있다.

엠텍비젼과 코아로직 (2,770원 ▼55 -1.95%)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바일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분야에 집중한 이 두 기업은 2004년 나란히 국내 팹리스 업계 최초로 연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관련 시장에 삼성전자와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입하면서 이 두 업체의 매출 규모는 현재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네오피델리티 (547원 ▼21 -3.70%), 에이디칩스 (158원 ▼10 -5.95%), 이미지스 (3,150원 ▼70 -2.17%)테크놀로지 등은 자동차 전자장치 및 TV용 스피커 등 반도체와는 다른 사업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과는 이질적인 영역인 탓에 현재까지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팹리스 회사들이 성장궤도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모바일 및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고, 삼성과 LG 등 국내 거래처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하지만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 등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팹리스 성공사례가 유독 국내에서만 나오지 못하는 점을 보면, 국내 팹리스 회사들의 노력 부족만을 탓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팹리스의 발전 없이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논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팹리스 회사들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진입 차단 등 일정수준의 규제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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