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굴리다 나랏돈 운용해보니..."책임크지만 행복"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3.12.0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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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인터뷰]민간출신 김의진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불확실성 커져 외환보유액 운용도 민첩하게"

고객돈 굴리다 나랏돈 운용해보니..."책임크지만 행복"


"외환보유고의 중요성이 올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양적완화 축소 얘기가 나오면서 다른 이머징 마켓은 휘청거렸지만 우리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모습을 보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외환보유액 규모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확대된 것도 한 배경이다."

김의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사진)의 말이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34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외화유출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외환보유고'를 둘러싼 관심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촉각을 가장 곤두세우는 곳 중 하나가 '나랏돈'을 굴리는 외자운용원이다. 김 부장은 외환보유액 운용을 총괄하는 외자운용원의 첫 민간인 출신 전문가다. 지난해 3월 영입돼 1년 8개월이 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창립멤버로 삼성 금융소그룹 내 전략기획실과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을 두루 거친 '베테랑 채권운용전문가'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선 환율이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실물 부문을 주로 연구했다. 삼성 금융소그룹 체제에선 외환위기 이전까지 해외진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에선 주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채권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자산운용사로 옮긴 후엔 고객과 기업, 연기금 등의 자산을 두루 운용하는 경험을 쌓았다.

민간에서 잔뼈가 굵은 김 부장이 외자운용원에 영입될 당시엔 '특이 케이스'로 이목을 끌었지만 지금은 특유의 폭넓은 경험과 네트워크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장은 "고객자산을 운용할 때는 성과가 안 좋으면 불려가 꾸중을 듣는 스트레스가 있지만 여기선 '국가'가 고객이고 외환보유액을 운용한다는 책임감이 그만큼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시장의 화두가 중앙은행인데 금리정책이나 양적완화 축소, 포워드 가이던스 같은 시장 이슈의 중심에 들어와 있어 시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홍콩, 중국, 싱가포르 중앙은행 등은 자산 다변화 정도도 그렇고 우리와 고민이 비슷해 직접 찾아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근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김 부장은 "워낙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시장을 좀 더 밀접하고 면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며 "행동 자체도 전보다는 좀 더 빨라야 하고 민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운용이 '단기'보다는 '장기' 시계로 운용되지만 급변하는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며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매일 정보를 공유하고 방향을 잡는데 시장에선 일반적으로 내년 3월에 축소하지 않겠냐는 쪽이지만 최근 들어 빠르면 다음달에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리가 오를 경우 일반적으로 채권운용은 듀레이션(평균 잔존 만기)이나 만기를 줄이거나 정부채보다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지만 외환보유액의 경우엔 수익성 이외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고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과거처럼 상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상도 곁들였다.

김 부장은 국내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전했다. 김 부장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이 많아졌고 저금리로 각종 연기금의 운용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자산운용 인력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규모가 큰 기관에서 인력을 채용해 키우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최근 연기금 등이 해외대체투자를 할 때 외국계 운용사에만 일을 맡긴다는 비판도 있는데 국내 운용사들은 스스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기관들도 전향적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한은도 중국주식 운용시 국내 자산운용사 두 군데를 선정해 일부 위탁운용하는 등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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