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게임 중···중장년층 게이머 '린저씨'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3.12.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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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엔스토리]<29>리니지 15주년, MMORPG 이용자 1세대 '린저씨'란?

편집자주 게임보다 재밌다. 게임보다 흥미진진하다. '대박'친 자랑부터 '쪽박'찬 에피소드까지. 달달한 사랑이야기부터 날카로운 정책비판까지. 소설보다 방대한 게임의 세계관, 영화보다 화려한 게임의 그래픽, 첨단과학을 선도해가는 게임의 인공지능. '게임 엔지니어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그들의 '뒷담화'를 알려드립니다.

지난 27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15주년 간담회'를 열고 지난 15년간의 성과와 향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하는 아저씨 '린저씨'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린저씨는 리니지가 아닌 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게임 컨트롤이 미숙한 이용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리니지 초기부터 게임을 즐겨했지만, 게임 컨트롤이 복잡하지 않은 리니지에 익숙해져 최신 게임을 컨트롤 하는데 미숙하다는 점을 꼬집은 용어다.



자료제공=엔씨소프트자료제공=엔씨소프트


린저씨에 해당하는 연령층은 15년전 1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PC방 붐을 이끌었던 현 30~50대다. 게임 플레이 기간은 보통 10년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마우스만으로 게임을 컨트롤하기 때문에 키보드 단축키를 이용하는 젊은 게임 이용자들에 비해 미숙한 편이다.

중장년층에 해당되지만 여전히 게임을 할 시간이 있다는 점을 미뤄보아 어느 정도 경제력과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직이나 자영업자가 다수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아저씨'라고 생각하지 않는 중장년층과 마찬가지로 린저씨는 자신을 린저씨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린저씨의 세부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게임 이용자들끼리 '파티'를 맺고 함께 사냥을 해도 1시간 이상 전혀 채팅을 하지 않으며, 퀘스트를 수행하기 보다는 사냥만을 즐긴다. 온라인 모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친목도모를 하려는 성향도 강하다.

그렇다고 린저씨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린저씨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아이템을 획득시 상대방에 양보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비단 게임 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린저씨들은 지난해 1월31일, 구순구개열과 뇌출혈 등을 앓고 있는 아이를 돕기도 했다. 리니지 '크리스터' 서버 '제 아이가 아픕니다! 좀 도와주세요'라는 글에 안타까움을 느낀 린저씨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탰고 400만원이었던 목표 모금액을 108분만에 달성했다.
리니지에서 열린 게임 내 결혼식/사진제공=엔씨소프트리니지에서 열린 게임 내 결혼식/사진제공=엔씨소프트
때로는 낭만적이기도 하다. 리니지 초기 시절이던 2002년, 리니지에서는 게임 내 결혼식이 열렸다. 게임 내에서 신랑 신부 입장과 주례사, 퇴장으로 약 30분간 실제 결혼식을 재현해냈고 이 커플은 보름 뒤 대구에서 실제로 결혼식을 올렸다.


리니지를 통해 배우자를 만난 경우도 있다. 리니지 이용자인 황대영씨(34)는 리니지를 통해 결혼에 골인했다.

린저씨를 탄생시킨 리니지에는 린할머니 이용자도 존재한다. 아이디 '할매기사'를 사용하는 한 이용자는 70세로 리니지 최고령 이용자다. PC방 사업을 하던 큰 아들의 일을 도와주다가 당시 초등학생에게 리니지를 배워 게임에 입문했다. 2005년 65레벨을 달성할 정도로 열혈 이용자다. 현재도 손자 5명을 돌봐주며 가끔 게임을 즐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과거 주요 고객층이었던 20~30대, 현재 30~50대 '린저씨'들이 온라인게임 1세대다"며 "인터넷이나 게임에 이미 익숙하고 게임도 주요 고객층에 맞춰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환갑을 넘은 이용자들도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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