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뚫고 연습생되니...데뷔까지 평균 3년"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김건우 기자 2013.11.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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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획사, 연습생관리체계 분석…외국어·인성교육 필수

#지난 27일 저녁 A연예기획사 회의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기획사 관계자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은 기획사가 소속 연습생 학부모와 면담을 갖는 날이다. 그동안 트레이닝 결과를 토대로 연습생으로 남길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이다보니 공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기획사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키워내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만큼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고, 학부모는 아이의 미래가 달려있다보니 사정 아닌 사정이 오간다.

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연예인이다. 이렇다보니 스타의 ‘등용문’인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들의 연습생 관리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외모만으로 연습생을 뽑거나 평가하는 방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연습생 선발부터 데뷔까지 체계적인 육성시스템을 구축, 혹독한 교육을 통해 미래의 스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평균 3년 트레이닝=에스엠, JYP Ent. 큐브엔터, 판타지오 등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관리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연습생이 데뷔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동안 연습생들은 보컬, 댄스, 연기 등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실력을 쌓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인성교육까지 받는 등 사실상 새로운 인격체로 만들어진다.



현재 국내 대표 기획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연습생의 숫자는 약 15~30명 수준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교 2~3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돼있다. 남녀 성비는 5대 5 또는 4대 6 수준으로 비슷하다.

연습생들은 길거리 또는 학교에서 캐스팅되거나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에스엠 (85,800원 ▲4,200 +5.15%)은 매주 토요일 공개 오디션을 개최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글로벌 오디션을 열고 있다.

어렵게 ‘바늘구멍을 뚫고’ 연습생에 선발되더라도 이제 겨우 ‘첫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고생은 이제부터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동안 교육생(준비생)→연습생→프로젝트 단계를 거쳐야 가수 또는 배우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인 교육 과정은 보컬, 댄스, 언어, 연기, 마샬아츠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 과정이 다양한 것은 요즘은 배우가 가수를 하고 가수도 연기를 하는 ‘크로스 오버’가 대세이기 때문. 여기에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지향하고 있어 연습생 시절부터 연기, 보컬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보통 연습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을 받게 된다. 과거에는 연예 활동을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학습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획사들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큐브엔터의 경우 시험 기간에는 연습을 중단시키고 공부에 집중토록 하며, JYP Ent. (69,900원 ▲2,200 +3.25%)는 내신 7등급 유지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기획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인성 교육이다. 자칫 잘못된 행동 하나가 논란이 될 경우 해당 스타의 상품성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기획사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어서다. 분야도 예절, 매너, 성교육, 자기 스타일 찾기, 개인별 멘털 케어 등으로 다양하다. 틈틈이 사회봉사 활동을 시켜 공인으로서 마음가짐도 일깨워준다.

큐브엔터 관계자는 "이제는 소속사와 연습생의 관계가 상하가 아닌 파트너, 프렌드"라며 "인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크레이티브한 연출력을 키워낼 수 있는 마인드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뚫고 연습생되니...데뷔까지 평균 3년"


◇TV 오디션보다는 연습생을 우선..깊어지는 고민=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기획사들의 고민도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오랜 연습생 생활 보다 단기간에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선호하기 때문. 이들 기획사는 개인의 '재능'만으로 연예인이 될 경우 자칫 반쪽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는 "기본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인기에 편승, 데뷔하는 사례가 많은데, 연예인 되기 쉽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습생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따라서 최근 일부 기획사들은 준비된 연습생을 자연스럽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시켜 미리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판타지오의 '방과후복불복', FNC엔터의 '청담동111' 등이 모두 연습생에서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들이다. 이 같은 방법은 기획사 입장에서 자신들의 연습생 관리시스템을 일부 노출시켜 실력 있는 예비 연습생을 끌어 모으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터 업체들이 실력 있는 예비 연습생을 모으고, 신인들을 홍보하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라며 "요즘 연습생들도 각자 선호하는 기획사가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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