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 x는 또 골프 나갔냐?" "우리집 미친x은 골프도 안가고 맨날 집구석에서 나를 볶는다." 두 자녀를 둔 박모씨(40·여)는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생들이 자신의 엄마에 대해 하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이씨는 "아이들은 엄마가 아무리 뒷바라지해도 고마운 줄 모르고 엄마가 좋아서 한 줄 안다"며 "요즘 아이들은 억눌린 게 많아 욕도 빨리 하고 자기 인생을 못 사는 어른이 돼 평생 근심으로 남고 엄마는 늙고 우울증에 걸린다"고 혀를 찼다.
◇이기적 육아, 예고된 실패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마가 자신의 경쟁욕구를 아이에 투사해 성취욕 실현을 강요할 경우 도구적 모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가장 큰 희생자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고학력 여성이 불평등한 고용현실에 좌절해 집에서 아이들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다보니 협동, 공생을 가르치기보다 남을 딛고 일어서라고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극성맘'의 행위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조기교육의 성공사례를 다년간 목격해 왔다. 하지만 저성장·고령화 사회로 변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30~40년 동안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하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IMF 이후 경제구조가 달라져 성공 확률이 극히 낮아졌다"며 "비정상인 줄 알면서도 조기교육의 단기적 효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부모들을 비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매니저맘' '헬리콥터맘'은 결국 노후대비와 자녀 인성교육에 모두 실패하게 된다. 지난 5월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월평균 생활비 283만7000원 중 지출 1순위는 '자녀 뒷바라지'(117만6000원). 자녀의 65%가 미취업상태 '캥거루족'이기 때문이다. 더욱 많은 육아·교육비를 지출하는 현재 젊은 부부의 미래는 더욱 암담할 것이란 예측이다.
◇육아, 가정과 국가 함께 책임져야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가 넘어져도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 프랑스 부모들은 갓난아기가 칭얼대도 곧바로 달래거나 젖을 먹이지 않는다. 좌절을 경험하고 인내를 기르도록 가르친다. 이런 성숙한 시민교육은 전 국가적 노력으로 가능했다. 북유럽 국가는 GDP의 1%를 유아교육과 보육에 투자한다. 프랑스는 정부보육시설과 출산·육아휴가 장려책으로 높은 여성취업률과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엄마들이 경쟁적으로 육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88만원 세대'라는 명칭을 만들어낸 우석훈씨(경제학 박사)는 "아빠의 육아공백을 자본과 소비로 채우려는 현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며 "개인의 가구 경쟁력은 학벌, 학력보다 예금 액수가 지켜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마케팅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형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는 학부모들을 불안에 방치하지 말고 상업적 조기교육의 허상과 실체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마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만 성공하겠다'는 불가능한 기획을 접고 불안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신경아 교수는 "'00맘'이 아닌 독립적 자기정체성을 찾고 시민으로서 다양한 봉사활동과 사회참여를 통해 '사회 주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