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통지일 불과 이틀 앞… 출제 오류 논란 어떻게 될까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2013.11.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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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수능에서 물리 II 복수정답 인정된 바 있지만…

복수정답이 인정된 바 있는 2008학년도 수능 물리 II 11번 문항. 평가원이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달지 않아 ㄴ 지문의 참 여부가 불분명해 ④번 보기 뿐만 아니라 ②번 보기도 정답으로 인정된 바 있다.복수정답이 인정된 바 있는 2008학년도 수능 물리 II 11번 문항. 평가원이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달지 않아 ㄴ 지문의 참 여부가 불분명해 ④번 보기 뿐만 아니라 ②번 보기도 정답으로 인정된 바 있다.


27일로 예정된 수능 성적 통지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출제 오류를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지 않아 12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정시 모집을 앞두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문항은 사회탐구 선택과목 중 세계지리의 18번 문항. 그 외 수학 A형 18번 문항, 경제 16번 문항 등도 논란이 있으나 집단소송 준비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문항은 세계지리 18번 문항 뿐이다. 영어 B형 39번 문항의 경우 사설 학원의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수능에서 출제되었다는 논란으로, 정답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경우는 아니다.



세계지리 18번 문항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역내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문항으로, 수능 출제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U는 NAFTA보다 총생산액이 크다"는 지문을 포함한 보기를 정답으로 제시했으나, 일부 수험생들은 세계지도 우하단의 '2012년'이라는 연도 표기를 근거로 "2012년 국제 기구가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NAFTA가 EU보다 총생산액이 컸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역대 수능 출제 오류 인정 전례 있었나



2007년 시행된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과학탐구 선택과목 중 하나였던 물리 II 11번 문항에서 논란이 제기돼 결국 복수정답이 인정된 바 있다.

2008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물리 II 11번 문항에서 평가원은 ④번(ㄴ, ㄷ)을 정답으로 제시했으나 일부 수험생들은 "ㄴ 지문이 참이려면 '단원자'라는 조건이 제시되었어야 한다"며 ㄷ만 참, 즉 ②번(ㄷ)이 정답이 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10명의 수험생이 제기한 이의에 대해 '정답 불변경'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물리학회가 가세하며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커져만 갔다. 물리학회는 "평가원이 단원자 분자인지 다원자 분자인지 여부를 제시하지 않아 복수의 정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평가원은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다원자 분자 개념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물리학적으로는 정답이 여러 개일수도 있겠지만 수능에서의 정답은 오직 한 개"라고 반박했으나 이후 몇몇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에 다원자 분자 개념이 참고삼아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 물리학회에 의해 밝혀졌다.


결국 평가원은 뒤늦게 ④번 뿐만 아니라 ②번도 정답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여 해당 문항을 복수정답 처리했다. 이미 대입 수시 전형이 마무리된 뒤 정시 전형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됨으로써 1000여 명의 수험생의 등급이 뒤바뀌어 재채점한 성적표가 긴급 배부되는 등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정강정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정시모집 원서가 제출된 대학에는 등급이 새롭게 산출된 성적표를 긴급히 송부하겠지만, (이미 마무리된) 수시모집과 관련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당시. 현 교육부)와 해당 대학에서 수험생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원장직에서 물러난다"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이번 출제 오류 논란 향배는

논란이 되고 있는 올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ㄷ 지문이 틀리다고 하면 5지선다형 문항의 보기 중에 정답이 없게 된다.논란이 되고 있는 올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ㄷ 지문이 틀리다고 하면 5지선다형 문항의 보기 중에 정답이 없게 된다.
2008학년도 수능 물리 II 복수정답 인정 사태에 비춰볼 때 올해 수능에서의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 논란의 향배는 어떻게 될까.

가장 큰 차이점은 출제 오류를 주장하는 수험생들의 이의를 받아들인다고 하면 '복수정답'이 아니라 정답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EU는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ㄷ 지문이 틀리다고 하면 ㄱ만이 올바른 지문이 되는데, 5지선다의 보기 중에서 ㄱ만을 옳은 설명으로 하는 보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011년 대법원은 초등교사 임용 시험의 출제 오류를 다툰 사건에서 "설사 답지로 제시된 ③번 보기에 불분명한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보기인 ①②④⑤가 명백히 잘못됐다"는 점을 근거로 "객관식 문제의 답이 미흡하거나 부정확하더라도 수험생이 정답을 선택하는 데 장애를 받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평가원은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자문한 결과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2008학년도 수능에서 물리학회가 복수정답을 주장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 가세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정답없음' 인정된 바 있나

역대 수능에서는 '복수정답' 아닌 다섯 가지의 보기 중에 정답이 없음을 인정해 모든 응시 수험생을 정답 처리하는 '정답없음'이 인정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정답없음'이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인정된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3년 시행된 제45회 사법시험에서 '경제법' 9번과 16번 문항이 '정답없음'으로 인정됐다. 이와 관련 2004년 서울행정법원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다 맞게 처리한 법무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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