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지난해 50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전주한옥마을. 정해진 시간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옥마을 곳곳을 안내하는 해설사는 "항공에서 볼 때 기와지붕이 540여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완산구 교동·풍남동 일대 29만6330㎡에 조성된 전주한옥마을에는 한옥 543채, 비한옥 165채 등 708채에서 995가구가 살고 있다.
전주최씨종대. 1977년에 완공돼 종중의 행사나 모임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종대에는 화수각 1동, 관리사동, 찻집과 사무실로 이뤄졌다. 집 앞에는 고려 우왕9년(서기 1383년)에 월당 최담 선생이 낙향해 식재한 은행나무가 있다. 600년 된 나무다. / 사진=김유경기자
일제강점기(1930~40년대) 이전에 지어졌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유리로 만든 여닫이문, 세면장, 목욕탕, 화장실까지 실내에 갖춰 전통한옥으로 보기 어렵다. 조선말 개화기 최신식 전통한옥으로 소개되는데 실상은 일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근대 한옥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한옥이라도 일제시대의 영향을 받아 미닫이 유리창이 많다. 대문도 철문이었다가 시의 지원으로 나무문으로 바꿨는데 일부 주택은 그대로 70~80년대 철문을 사용한다.
1927년에 지어진 일제시대 경찰서장의 관저. 전주한옥마을에 잘 보존돼 있다. / 사진=김유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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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의 건축양식은 한옥이 341채로 64%를 차지한다. 양식건축은 100채로 19%, 일식이 39채로 7%를 차지하고 절충식이 54채로 10% 수준이다. 일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주택이나 관공서의 사택으로 사용된 건물들이다. 실제로 부채문화관으로 가는 길에는 1927년에 지은 일제시대 경찰서장의 관저가 남아있다.
한옥은 대부분 1940~70년대에 지어졌다. 겉에서 보이는 지붕과 담장은 전주시의 지원으로 한옥마을의 꼴을 갖췄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퓨전한옥이거나 새로 지은 한옥이 대부분이다.
1940년대와 1970년대에 건축된 건물이 각각 105채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1950년대에 건축된 건물이 59채, 1960년대 44채, 1930년대 33채, 1920년대 22채 등이다. 2000년대에 건축된 건물도 24채나 된다.
전주전통술박물관. 오래된 한옥처럼 보이지만 지은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해설사의 설명이다. / 사진=김유경기자
남 교수는 "전주한옥마을은 근대형 한옥인데, 궁궐형 전통한옥도 있고 유럽식도 있다"며 "전주시는 상업성을 가장 걱정하는데 정체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옥이 상업화되는 것도 문제다. 주거시설을 상업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기존 한옥양식을 변용하거나 새로운 양식으로 신축하는 경우가 많다. 인재 백낙중 선생의 4대 직손이 살고 있는 '학인당'은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대표적인 숙박시설이 됐다.
'학인당'은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에게는 문조차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 '학인당'은 전주한옥마을 민가 중 유일한 문화재(민속자료8호)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어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함에도 숙박고객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오목대에서 내려다본 전주한옥마을 / 사진=김유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