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통신사 광고에 민요가 등장한 이유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3.11.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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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의 광(廣)고(Go)야담-1]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의 조화

편집자주 광고에는 삶이 녹아 있다. 재미와 웃음, 감동이 있고 성공과 실패도 있다. 어떤 광고는 만인들에게 사랑받다가 홀연히 잊혀지기도 한다. 단순히 널리 알린다는 의미를 뛰어 넘은 광고,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참고로 야담에서 '야'는 '밤야'는 일수도 '들야' 일수도 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든 현장에서의 이야기든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의미다.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데 1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속도.' 통신사들이 유명 모델을 내세워 '속도'를 강조할 때 한 통신사 광고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앳된 얼굴의 모델이 "아니라오, 아니라오"라며 간드러지게 민요를 부른다.

가장 현대적이고 첨단의 기술이 접목된 이동통신 서비스와 가장 한국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민요의 만남. KT는 '광대역 통텀에볼루션(LTE)'의 장점을 쉽고 재미있게 또 차별화되게 전달하기 위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민요 가락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절묘하게 녹였다.



KT는 민요의 올드한 느낌이 아닌 참신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17세 의 국악인 송소희씨를 모델로 발탁했다./시각물=KT제공 KT는 민요의 올드한 느낌이 아닌 참신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17세 의 국악인 송소희씨를 모델로 발탁했다./시각물=KT제공


'아니라오 아니라오, 다 되는 건 아니라오', '모든 LTE폰 되는 곳 KT뿐이라오' 본인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광고 방영 이후 개그 프로그램이나 UCC 등 다방면에서 광고가 패러디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테다. 참고로 광고에 나오는 민요는 창작곡이다. 기존의 민요는 개사를 해서 사용할 수 없어 별도로 만들었다.



광고업계에서 민요가 이슈가 됐던 적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문화재 명창 박동진 선생의 판소리를 광고에 등장시킨 '솔표 우황청심원' 광고다. '제비 몰러 나간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카피는 단순 광고를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로 승화되기도 했다.

이번 광고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연령대를 아울렀다는 점이다. 휴대폰은 아주 어린 아이를 제외하면 전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10대부터 80대 등 노년층까지 연령층이 넓다. 하지만 그동안 통신사 광고는 젊은 층에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민요는 노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

아울러 국악계의 아이돌로 통하는 17세 '송소희'씨를 모델을 발탁 기용해 민요의 '올드'한 느낌을 상쇄하고 젊은 층에게도 어필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송소희씨는 광고가 나간 후 주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 1위,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들의 섭외 요청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 모 통신사 광고에 등장했던 신인 모델이 TTL소녀로 불리면서 인기를 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시끄럽다" 등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는 셈이다. 하지만 많이 회자되고 이슈가 되는 것은 널리 알린다는 원래 목적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최근 인터넷, SNS 등 소비자들이 접하는 도구들이 많아지면서 웬만큼 독창적이지 않으면 관심조차 끌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들은 말이 기억난다. "신생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無)에서 유(有)가 아니라 유(有)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파괴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 비단 신생기업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정답은 없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상들도 얼마든지 조화를 이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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