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감축 요구에..금융권, "블랙컨슈머 어찌합니까"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3.11.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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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소비 좀 먹는 블랙컨슈머](4-2)

금융권이 블랙컨슈머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서 너도나도 민원감축이 한창인 가운데, 이를 틈타 악성 소비자도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합의하는 빈도가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떼를 쓰는 고객에게 '이번 한번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다음부터는 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뒤 보험금 지급액보다 적은 규모의 액수를 합의금조로 주는 식이다.



한 보험사 고객센터 담당자는 "고객이 상해보험에 가입해 놓고 암 진단자금을 내놓으라며 깡패까지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다"며 "예전 같으면 강력히 대응했겠지만 지금은 민원을 제기할까봐 중국음식을 시켜주는 등 최대한 달래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민원감축 얘기가 나오면서 블랙컨슈머의 활동이 심해졌다. 한 은행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블랙컨슈머 문제가 부각되는 듯 했지만 이후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블랙컨슈머 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사들은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기부터 정규교육으로 금융의 정의와 보험, 은행, 증권 상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자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이 뭔지도 모르면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바꿔야한다"며 "금융사들도 이번 한번만 무마하자는 생각으로 들어주지 말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컨슈머는 보험사기와도 맞닿아 있는 만큼, 블랙컨슈머 근절 차원에서라도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블랙컨슈머가 조금 더 진화하면 보험사기가 되고, 보험사기범의 상당수가 블랙컨슈머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 보험사 보상센터의 경우, 올 들어 보험사기로 구속된 사람 모두가 기존에 반복해서 민원을 제기했던 소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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