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몽구 회장의 이노션 지분, 美KKR이 산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3.11.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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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재단 출연한 사재 20%중 절반…경영권 지분 순차적 매입 기회 노린 듯

정몽구장학재단이 내놓은 광고회사 이노션 지분 10%를 미국 PEF(사모투자펀드) 업계의 3대 운용사로 꼽히는 KKR((Kohlberg Kravis Roberts)이 사들인다.

31일 M&A(인수·합병) 업계와 현대기아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재단과 이번 딜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이노션 지분 10%를 위한 인수자로 KKR을 확정하고 관련 마무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KKR은 이번 10% 외에 조만간 다시 시장에 나올 나머지 10%도 배타적인 자격으로 매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의 대상인 이노션 지분 10%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정몽구재단에 무상 출연하기로 한 20% 가운데 절반에 해당한다. 정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재판 당시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사재 84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고 7년째 이를 실천하고 있다.

[단독]정몽구 회장의 이노션 지분, 美KKR이 산다


이런 배경에서 정몽구 회장은 올해 7월 이노션 보유 지분 20%(36만주)를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고 이 가치는 최소 15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노션은 현대기아차그룹의 광고대행사로 출발했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16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노션의 지분 구조는 정 회장 외에 아들인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이 40%, 딸인 정성이 고문이 40%를 보유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정몽구재단은 정 회장으로부터 이노션 지분 20%를 받기로 했지만 공익재단이 동일 회사 지분을 10%이상 보유할 경우 증여세를 물어야하는 세법 탓에 수여 분을 절반씩 받아 외부 매각 형태로 현금화하기로 했다. 정몽구재단은 KKR에 10%를 팔고 다시 정 회장으로부터 나머지 10%도 받아 매각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의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당초 입찰 형태로 원매자를 모집했다가 최근 KKR을 우선협상자로 낙점했다. 이 입찰에는 국내 스틱인베스트먼트 등도 참여했지만 10%와 나머지 10%의 가치가 2000억원에 달해 국내 PEF 운용사 중에는 인수금을 무리 없이 조달할 후보가 마땅치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자금력이 충분한 미국계 대형 운용사인 KKR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스틱을 비롯한 국내 후보들은 대부분 현대기아차 측에 IPO(기업공개) 등을 통한 자금회수와 수익률 보전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관계자는 "KKR은 미국에서도 대형 바이아웃(경영권 지분 거래)에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운용사"라며 "이번 거래 지분이 10%에 불과하지만 KKR은 차후 경영권 지분이 거래될 수 있다고 보고 공격적인 기업가치 평가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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