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만 있는 축복의 시간··· '중년'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10.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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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과학이 밝혀낸 중년의 놀라운 능력, 중년의 발견

인간에게만 있는 축복의 시간··· '중년'


어느 누가 '중년'에 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의사는 폐경기를 언급할 것이나 남자에겐 폐경이 없다. 사회학자는 빈 둥지 증후군과 청소년 자녀 양육 문제를 언급할 수도 있지만 자녀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학자는 사회생활의 절정기와 출산 후 직장 복귀, 노후 대비 등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베인브리지의 '중년의 발견'(원제 Middle Age)은 최근 과학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중년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임의적으로 40~60세 사이로 정의했는데, 이 책은 마흔 무렵 찾아온 저자의 신체적 변화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갑자기 희어지는 머리카락과 흐려지는 시력, 떨어지는 기억력을 걱정하던 그는 '이제 나는 인간으로서 생산적인 삶이 끝났는가?' '지금부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고 이를 과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중년은 여타 동물의 삶의 중반부와는 다른, 인간에게만 부여된 시기다. 단순히 늙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성적·사회적 세계가 또 한 번 변화하는 특별한 삶의 국면에 들어서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인간이 맞이한 중년이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을 거쳐 얻은 행운의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중년이 특별히 진화한 이유가 뭘까. 저자는 중년의 역할을 언급하며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세대 간 문화를 공유하는데, 이 문화 전달자 역할을 중년인이 맡는다"고 말한다.

책은 또 "인간이 다른 생물종과는 달리 생식활동이 끝난 후에도 40세 이상 살 수 있는 '중년 유전자'를 지녔으며, 이 유전자가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오늘날의 지혜롭고 여유로운 중년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특히 중년의 뇌 변화에 대해 집중 소개한다. 중년의 뇌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돼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빠르게 생각'하는 청년기 뇌보다 현명한 답을 내 놓는다는 것이다. 또 뇌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등 다각적인 관점으로 중년을 들여다본다.


삶의 많은 시간을 중년기에 보낸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중요하다. 과학적 근거로 중년의 경이로움을 전하는 이 책은 중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우리의 중년기를 삶의 전성기로 바꾸도록 돕는다.

◇중년의 발견=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지음. 이은주 옮김. 청림출판 펴냄. 340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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