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주택' 꿈꾸는 국내 최고령 '충정아파트'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10.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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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주택을 찾아서]<4-1>서대문구 충정로 3가 250번지

편집자주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100년 주택인 '장수명 아파트' 인증제 도입에 나선다. 유럽에선 100년 주택 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고속성장을 하며 재개발·재건축을 해온 국내에서는 100년 넘은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택이 100년 이상을 버텨내려면 유지·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100년을 버텨온 주택을 찾아 역사와 유지·관리 노하우, 어려움 등을 알아본다.

충정로아파트 / 사진=김유경 기자충정로아파트 / 사진=김유경 기자


 서울 주택의 59%가 아파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말기준 150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기 전에는 아파트의 수명을 20년 내외로 보고 재건축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어서 '100년주택'은 수년에 걸쳐 건축한 고택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76살된 아파트가 서울에 현존하고 있다. 서대문구 충정로 3가 250번지에 세워진 '충정아파트'다. 국내 현존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1937년에 준공됐으니 76살인 셈이다. 1970년대 말부터 재개발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녹색페이트칠을 한 게 전부다. 입주자는 대부분 전·월세 세입자로 알려졌다.



 충정아파트는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입지가 좋아 찾으려면 곧 찾지만 무심히 길을 오간다면 수십차례 왔다갔다해도 이곳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다. 5층짜리 건물인데 길 건너편에는 큰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아파트 1층에는 편의점, 옷가게 등 상점이 자리하고 있어 상가건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충정아파트 내부 중정 아래에서 건물을 올려다본 모습 / 사진=김유경 기자충정아파트 내부 중정 아래에서 건물을 올려다본 모습 / 사진=김유경 기자
충정아파트 내부 중정을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 사진=김유경 기자충정아파트 내부 중정을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 사진=김유경 기자
 일단 눈에 들어오면 그동안 어떻게 눈에 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건물이다. 대부분의 콘크리트 건물이 회색빛이지만 이 아파트 외관은 녹색이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면 낡은 회색빛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건물 중앙에 공터가 있는 '중정형(중앙정원형)'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의 마당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중정에는 거대한 굴뚝이 남아있는데 첫 중앙난방시설을 갖춘 건물로 기록된다.



 76년을 버텨온 만큼 충정아파트는 사연도 많다. 일제강점기(1910∼1945)에 지어져 초기에는 건축주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 아파트' 또는 '풍전아파트'로 불렸다. 광복 뒤에는 북한의 군사시설, 미군 숙소와 호텔 등으로 쓰였고 1975년부터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충정로아파트 / 사진=김유경 기자충정로아파트 / 사진=김유경 기자
 충정아파트는 1개동이지만 26㎡, 49㎡, 59㎡, 66㎡, 82㎡, 99㎡ 등 6종의 면적이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66㎡의 경우 매매 호가는 3억5000만원이다. 전·월세 가격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임대료 50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물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유산 보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며, 충정아파트를 미래유산 후보로 선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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