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고소 리스크에도 알짜 매물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3.10.24 08:10
글자크기

한남동 빌라 외 가평 연수원, 울산 사옥 등 부동산 가치만 1000억원 웃돌아

동양그룹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동양증권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불완전판매 등으로 기업 가치가 많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지만 알짜 부동산이 많아 인수 매력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23일 금융투자 및 산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와 경기도 가평 동양증권 연수원, 옛 현대울산종금 사옥 등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위치한 '라테라스 한남'은 지난해 ㈜동양이 짓다 미분양되자 동양증권에 약 10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동양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져 '라테라스 한남'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10년 말에 완공된 경기도 가평 동양증권 연수원은 동양증권 설립 당시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지휘로 착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연수원은 부지 선정에서부터 완공까지 이 부회장이 전두지휘하면서 애착을 보였던 곳"이라며 "부지와 건물가 등 정확한 가치를 추산할 수는 없지만 수백억원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옛 현대종금 사옥도 동양증권 소유다. 동양증권은 2001년 동양종금 시절 종금업계 최초로 동종업종인 현대울산종금과 합병하면서 이 건물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의 가치도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M&A 전문가들은 비업무용 자산 가치가 높다는 점이 동양증권의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로 타격을 심하게 받긴 했지만 동양증권의 영업 기반 역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양증권의 트레이드마크 상품인 자산관리종합계좌(CMA) 잔고는 지난 6월 말 7조6000억원에서 9월 말 3조2000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우량한 곳에 인수될 경우 훼손된 영업기반을 복구할 수 있는 기본기가 충분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그룹 리스크로 CMA 잔고가 줄고 고객이 떠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크게 걱정할만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인지도가 좀 있고 재무가 튼튼한 곳이 인수한 이후 정상적으로 영업력을 되찾으면 지금의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동양증권"이라고 말했다. 우수 인력 일부가 이탈하긴 했지만 동양증권의 맨파워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송 리스크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소송으로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생길 수 있지만 인수 전체 판도를 흔들만 큼의 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의 현재 시가총액은 3100억원 수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지 않은 매각가는 1500~2000억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IB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매각가가 이 정도 수준으로 거론된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는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들이 참여할 것 가능성이 높다. 우투증권 예비입찰에 응한 곳은 KB금융, 농협금융,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 등 3곳.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증권사 인수를 통해 대형화를 계획했던 대신증권도 동양증권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동양그룹의 최대주주 입지가 현격히 위축되면서 매각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일가를 포함해 동양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율은 24.71%에 불과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