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정이 늦게 끝나 찜질방에서 잠 잔 뒤 세종행 출근버스타는 심경이…"(경제부처 B과장)
세종청사 시대는 공무원 일상을 뒤바꿔버렸다. 세종시에 이주를 했건 그렇지 않건 '두 집 살림'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속의 모습은 애처롭다.
또 하나의 생활 터전이지만 자주 들르지 못한다. 서울 일정이 많은 국·과장들은 원룸에서 잠자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본 날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로 간다. 그렇다보니 원룸은 거의 빈집이다.
A국장은 오랜만에 원룸에 들렀다. 현관 앞에 각종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있다. 냉장고를 여니 음식물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TV를 따로 놓지 않아 마땅히 할 게 없다. 스마트폰을 좀 보다 잠자리에 든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이런 생활 하려고 고시 쳐서 공무원 됐나"하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런 우울함보다는 차타고 이동하는 피곤함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
당일치기 거리지만 쉽지 않다. 새벽 회의를 챙기러 전날 서울로 올라가기도 한다. 친척집에 하룻밤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이젠 염치가 없다. 밤 일정이 길어지면 다들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멍 하니 서 있어야 한다.
찜질방에서 토막잠을 잔 뒤 세종시 출근 버스를 탄다. 모텔의 경우 하루 투숙을 잘 받아주지 않아 2~3명이 자면서 웃돈을 줘야 가능하다.
정부 시책에 맞춰 세종시 이주를 했는데 정작 찜질방과 여관을 전전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낮엔 차관, 밤엔 장관'이라고 자조한다. 차관(車官)은 낮에 차로 이동하며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을, 장관(莊官)은 밤에 여관에서 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래서 다시 '서울행'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잖다. '서울 출장'보다는 '세종 출장'을 택하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